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마무리했지만 한국 시장 안착까지는 여전히 난제가 많다. 고파이 예치금 상환 문제부터 사업자 신고 갱신, 제휴은행 교체 가능성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고파이 미지급 피해액은 2023년 말 약 620억 원에서 2024년 말 1479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제 상환 규모는 이보다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 관계자는 “고파이 예치금 상환을 위한 재원 확보와 소액주주 동의 등 후속 절차를 단계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 상환 방안은 내부 논의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파이에 사용자 자금이 묶인 건 2022년 FTX 파산 여파 때문이다. 당시 예치 자산을 맡았던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고파이 예치금 반환이 막혔다. 바이낸스는 이를 포함한 투자 조건으로 고팍스 인수를 추진했다. 고팍스 전 주주들은 2023년 고파이 미지급금 상환을 바이낸스가 책임지는 조건으로 보유 지분을 시세보다 낮은 약 1000억 원에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초 고팍스의 기업가치가 약 3000억 원 후반대로 평가됐던 점을 고려하면 인수가는 크게 조정된 셈이다. 2023년 2월 당시 고파이 채무액을 제외하면 전 주주들이 실제로 거래한 대금은 300억 원 안팎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갱신 절차도 변수로 꼽힌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거래소는 3년마다 라이선스를 갱신해야 한다. 2021년 업비트를 시작으로 주요 원화거래소들이 신고를 완료했지만 갱신 절차는 느려지고 있다. 두나무 제재심의위원회 결과가 미확정된 탓에 후속 심사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업계는 업비트에 대한 제재 수위가 다른 거래소의 갱신 심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북은행과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고팍스의 제휴은행인 전북은행은 접근성과 이용자 수 모두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용자 편의성 제고와 시장 확대를 위해 새로운 금융 파트너를 물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빗썸은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제휴를 전환한 뒤 이용자 기반이 크게 늘었다. 다만 고팍스 측은 “전북은행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