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여명] "7년 고난이 나를 키웠다"…習의 하방, 中의 반격

정민정 국제부장

1차 미중 무역전쟁 때 美에 밀린 중국

기술자립·공세적 관세 등 美 급소 겨냥

'하방’ 동력 삼은 習, 독기 품은 中 닮은꼴

패권 격전장 선 韓, 생존전략 '발등의 불'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양적 생산에서 질적 생산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로봇, 전기자동차, 첨단의료기기, 항공우주 등 10대 핵심산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세계로봇콘퍼런스(WRC)'를 찾은 관람객들이 유니트리 전시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복싱 시합을 관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70여 년 동안 중국의 발전은 자력 갱생과 고된 투쟁을 통해 이뤄졌고 그 누구의 시혜에도 의존하지 않았기에 불합리한 억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올 4월 미국의 145% 관세 폭탄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놓은 메시지다. 당시 고된 투쟁과 자력 갱생을 발전의 요체로 규정한 것을 두고 시 주석의 ‘7년 하방(下放)’을 발원지로 보는 해석이 나왔다.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부친이 숙청되자 15세 소년은 산시성 량자허 작은 마을로 보내졌다. 순탄하지 못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시진핑은 7년간 하방 생활을 통해 온몸으로 고난을 맞닥뜨렸다. 그는 훗날 “7년의 고난이 나를 키웠다”고 회고하곤 했다.

2018년 7월 발발한 1차 미중 무역전쟁은 시 주석이 미국 측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인 1차 무역합의를 체결(2020년 1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2차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대응이 사뭇 다르다. 중국은 미국을 겨냥한 공세적 관세·무역 조치를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다. 희토류·조선·농산물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중국은 2차 무역전쟁을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해왔다. 지난해 말 ‘이중 용도(민간·군사 용도로 사용 가능) 물자 수출통제 조례’를 통해 광물 수출 컨트롤타워를 상무부로 일원화했고, 올해 2월 이후 대미 수출을 막는 희토류 품목을 늘리고 있다. 미국 의존도가 높던 대두는 수입선을 다변화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국의 기술 통제에 맞서 기술 자립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를 통해 양적 생산에서 질적 생산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냈다. 로봇, 전기자동차, 첨단 의료기기, 항공우주 등 10대 핵심 산업(2018년 인공지능을 추가해 11개로 확대)을 선정했고 집요할 정도로 진척 상황을 챙겼다. 중국은 현재 BYD(전기차), CATL(배터리), DJI(드론), 화웨이(5G) 등 세계 1위 첨단 기술 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이 독주하던 AI 분야에서도 ‘딥시크 쇼크’를 안겼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칼을 뽑았다가도 시장이 휘청이면 꼬리를 내리곤 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발표 직후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격분했지만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하루 만에 “존경하는 시 주석이 잠시 실수했을 뿐”이라며 물러섰다. ‘메가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지적(파이낸셜타임스)이 나왔지만 엄밀히 말하면 변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를 먼저 읽은 뒤 미국의 급소를 겨냥한 카드를 쏟아내고 있다. 미리 짠 각본이라도 있는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특징이다. 미국의 거친 공세에 전전긍긍하던 7년 전과 달리 이제는 미국을 상대할 체급을 갖췄다는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중국 내 경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류위후이 이코노미스트는 “G2의 격렬한 투쟁에서 공격과 수비의 양상이 확연히 달라졌다”며 “중국은 약자에서 강자로 확실하게 변했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중국이 의도적인 ‘충돌’을 통해 균형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싱크차이나)”는 분석까지 나왔다. 맞대응 수준을 넘어 차제에 ‘게임의 룰’을 바꾸기 위해 정교하게 계산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중 패권 경쟁이 트럼프 시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 인식이 녹아 있다. 중국은 1차 미중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가 정권 교체와 무관한 ‘기본 값’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7년 하방’을 동력 삼아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고 이제는 4연임까지 노리는 시 주석과 1차 무역전쟁 패배 뒤 미국의 급소를 칠 무기를 하나씩 준비해온 중국의 독기가 섬뜩할 정도로 닮아 있다. 중국은 이번 주 열리는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다음 5년을 준비한다. 트럼프 정권 이후까지 내다보는 대미 전략 밑그림이 완성될 것이다. 미중 패권이 맞부딪치며 불꽃 튀는 전장 한가운데 서 있는 대한민국은 생존 전략이 있는가. 벌써부터 두려움이 엄습한다.

정민정 국제부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