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 그룹의 운명을 가를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1심 선고가 21일 나오면서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오전 11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카카오 창업자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23년 2월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창업자 뿐만 아니라 21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카카오 법인,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배재현 카카오 전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CA협의체 사업전략팀장(전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에 대한 선고도 나올 예정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8월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김 창업자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예상과 다르게 검찰이 시세 조종에 따른 최고 형량을 구형하면서 IT 업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이 때문에 당시 업계에서는 “국내 IT 업계의 한 획을 그은 김 창업자에 대한 처분이 과하다”며 “이런 식으로 형량을 구형하면 어떤 최고경영자(CEO)가 사업을 확장하려 하겠냐”는 의견도 적잖게 나왔다. 동시에 검찰은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앞서 검찰이 최고 형량을 구형한 만큼 이번 1심 선고에서 김 창업자가 완전한 무죄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시세 조종은 상당한 중범죄”라며 “이재명 정부에서 ‘주가 조작을 하는 자에게 패가망신을 시키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번 카카오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김 창업자 또는 카카오 법인의 유죄 판결 시 향후 카카오의 사업 로드맵은 많은 부분에서 차질이 있을 예정이다. 특히 카카오가 그룹 차원에서 핵심 사업으로 꼽고 있는 금융 부문에 타격에 클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인터넷전문 은행법상 산업자본이 금융사의 10%를 초과 보유할 경우 최근 5년 내 벌금형 등 법령 위반이 없어야 한다. 이에 금융 당국은 6개월 마다 적격성 심사를 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지분을 13.3% 갖고 있다. 김 창업자의 개인 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10.45%를 더하면 김 창업자의 카카오 지분은 약 24%에 달한다. 그리고 카카오는 카카오뱅크(323410)의 지분을 27.16% 보유한 대주주다. 이 때문에 김 창업자 또는 카카오 법인의 벌금형 이상의 유죄 판결 시 6개월 내 10%를 넘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카카오가 주력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앞서 카카오는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해당 TF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 뿐만 아니라 신원근 카카오페이(377300)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았다. 현재 네이버가 두나무와 손을 잡고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만약 21일 벌금형 이상의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카카오는 시작도 전에 미래 산업에 상당 부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창업자는 “카카오 설립 이후 불법적인 일은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지난 8월 법정에서 최후 진술로 “검찰의 주장과 같이 시세 조정을 한다거나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카카오 그룹은 다시 정상화되어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고 국가에 이바지하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앞서 법원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바람픽처스를 고가로 인수한 혐의를 받던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만큼 내부에서도 김 창업자에 대해 같은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카카오로서는 금융 등 주요 산업이 흔들릴 위기인 동시에 최근 몇 년동안 부각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할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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