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이 1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지수가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빚투’를 의미하는 신용거래 융자 잔액도 동반 확대되면서 상승장에 대한 기대와 경계심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은 약 1조 2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평균치인 6589억 원에 비해 약 55% 증가한 규모로, 일 평균치가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올해 공매도 제도가 재개된 이후 처음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도 이달 10일 기준 11조 9671억 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12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빌린 주식을 매도하고 남은 금액으로, 잔액 증가는 곧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의 증가를 의미한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랠리가 이어지자 차익 실현과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공매도 세력이 빠르게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연일 신고가를 달성한 시가총액 1, 2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공매도 거래가 몰렸다. 이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 대금은 각각 1239억 원, 867억 원으로 전체 1, 2위에 올랐다. 두 종목의 이달 일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도 각각 1049억 원, 796억 원으로 모두 지난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증시 대기자금이자 공매도 선행 지표로 꼽히는 대차거래 잔액 역시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달 9일 100조 원을 돌파했고, 전날에는 하루 만에 3조 원 넘게 증가해 113조 959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공매도 재개일인 올 3월 31일(65조 7719억 원) 대비 70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불과 반 년여 만에 70% 넘게 불어난 셈이다.
국내 증시의 단기 급등세가 꺼질 것을 예상하고 공매도가 늘어난 것과 달리 상승장에 베팅하며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개인투자자도 동시에 증가했다. 이날 거래소와 금투협은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지난해 말(15조 8000억 원) 대비 49%가량 증가해 23조 원을 넘어섰다”며 투자자에게 과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이달 15일 23조 8288억 원을 기록하며 올 최고치를 새로 썼다.
시장에서는 공매도와 빚투가 동시에 늘어나는 상황을 두고 상승장 속에서 투자 심리의 엇갈림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증가는 고평가 구간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신호”라며 “동시에 빚투 확대는 여전히 상승장 연장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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