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전략산업으로 지목한 인공지능(AI)·희토류·양자컴퓨팅 관련 종목들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괴리율도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 ETF는 양국 시차로 괴리율이 커지기 쉬운 구조인 만큼 일시적인 자금 쏠림이 발생할 경우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16일 기준 괴리율 초과 공시가 발생한 건수는 176건으로 8월(167건)과 9월(138건) 월간 발생 건수를 넘어섰다. 동일 일수 기준으로는 5월 1~16일(183건) 이후 5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달 추석 장기 연휴를 제외하면 불과 7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25건씩 공시가 나온 셈이다.
ETF 괴리율은 시장 거래 가격과 순자산가치(iNAV)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ETF 시장 가격은 순자산가치를 기반으로 결정되는데 종목 등락에 따른 기초자산 가치를 계산해 반영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차이가 생길 수 있다. ETF가 담고 있는 종목들의 가격이 올랐는데 ETF 거래 가격이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면 저평가, 상승 폭 이상으로 가격이 올랐다면 고평가로 본다. 국내 ETF는 1%, 해외 ETF는 2% 이상 괴리율이 발생하면 공시해야 한다.
국내 ETF는 실제 가치와 시장 가격이 같은 시간에 결정돼 괴리율이 크지 않지만 해외 ETF는 시차 때문에 괴리율이 벌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한국 시장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TF 등을 거래하는 동안 미국 주식의 실제 가치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멈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거래 시간에는 환율이나 야간 선물 등을 참고해 기대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해야 한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발언이나 미중 갈등에 따른 제재 조치 등으로 미국 장 마감 후 가격이 갑작스럽게 영향을 받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유동성공급자(LP)들이 예측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장외 가격이 올라 해외 ETF 거래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가 괴리율을 좁히는 과정에서 거래 가격이 떨어지는 등 변동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날도 ‘SOL 미국원자력SMR(괴리율 2.11%)’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2.03%)’ ‘PLUS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생산기업(2.91%)’ ‘RISE 글로벌수소경제(5.39%)’ 등 투자자 관심이 큰 해외 ETF 괴리율이 2% 이상 벌어졌다고 공시됐다. 특히 PLUS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생산기업 ETF는 13일 9.42%, 14일 4.98%, 15일 12.11% 등으로 연일 괴리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괴리율이 크게 벌어진 ETF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ETF 투자 유의 사항을 통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ETF는 시차 등으로 괴리율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크거나 장기간 지속될 경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고평가된 ETF를 매수할 경우 시장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저평가된 ETF 역시 낮은 가격에서 매도할 때 손실이 날 수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본부장은 “희토류·AI 등은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인 만큼 장기 투자 대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최근처럼 변동성이 클 때는 괴리율을 살피면서 분할매수 등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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