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울산에서 두 번째 복합 열병합 발전소를 가동한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기반을 갖추게 됨으로써 SK그룹의 '아·태 지역 AI 인프라 허브’ 구축 구상도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멀티유틸리티는 내달부터 울산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의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복합 열병합 발전소의 본격적인 상업 가동을 시작한다. SK그룹은 2021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총 6726억 원을 투자해왔다. 발전소는 스팀과 전기를 공동으로 생산하는 고효율 설비로 스팀을 시간당 240톤, 전기는 300㎿를 만들어낸다. 기존에는 석탄 기반의 발전을 통해 스팀 40톤과 전기 27㎿를 생산했는데, 복합 발전 설비로 전환하며 전력 생산 규모를 크게 늘렸다.
SK멀티유틸리티는 SK디스커버리의 자회사인 SK케미칼(285130)이 2021년 물적분할한 집단에너지 자회사다. 이후 SK멀티유틸리티는 폐열 회수·증기 공급·LNG 발전 등 집단에너지 사업을 통해 울산 지역의 에너지 공급망 역할을 맡고 있다. SK는 우선 인근 울산 내 산업단지 기업들에게 전력을 공급하게 되며 향후 SK그룹이 울산에서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발전소는 SK가스(018670)가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한 울산GPS LNG·LPG 가스복합발전소에 이은 울산지역에 건설한 SK그룹의 두 번째 대규모 발전 시설이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한 1200㎿에 더해 300㎿ 규모의 발전시설을 추가로 가동하면서 총 1.5GW 규모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1.5기에 맞먹는 수준으로 이 두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만으로 현재 건설 중인 울산 AI 데이터 센터에 전력 공급이 가능해진 셈이다.
SK그룹은 글로벌 1위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 장이 들어가는 100㎿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구축하고 있다. 7조 원을 투자하는 이 프로젝트는 8월 말 착공한 이후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2027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며 2029년에는 100㎿ 규모의 용량을 갖추게 된다. SK는 1GW까지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그룹이 서둘러 울산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립하고 나선 것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AI 허브 프로젝트의 첫 단추기 때문이다. SK그룹이 데이터센터 규모를 1GW까지 확대할 경우 GPU 가동과 냉각 등 운영에 필요한 전력량은 1.5GW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SK그룹은 두 개의 발전소를 선제적으로 갖추며 1GW까지 데이터센터 규모를 늘리는 것에 미리 대비를 갖춘 것이다.
특히 SK그룹이 SK가스와 SK멀티유틸리티로부터 공급받는 전력은 한국전력에서 공급받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LNG를 활용한 열병합 발전을 통해 친환경성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SK멀티유틸리티의 발전소 역시 2027년 가장 먼저 가동되는 41㎿급 시설 바로 옆에 위치해 거리에 따른 전력 손실 역시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데이터센터 인근에 구축한 두 개의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며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전엔 산단 입주 기업들에게 전기를 판매해 매년 500억~600억 원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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