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부동산·시설 관리 자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합 이후 35조 원 자산의 초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하는 가운데 자산 효율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새 회사는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은 물론 항공기 구조물, 무인기 양산 등 신사업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총 2690억 5000만 원을 출자해 부동산·시설 관리 자회사인 ‘케이웨이프라퍼티(K-Way Property)’를 신설했다. 대표이사는 대한항공의 ‘안전 컨트롤타워’인 유종석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CSO)이 맡았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과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CFO)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웨이프라퍼티의 최우선 임무는 항공시설 등 중복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을 조정하고 합병으로 신설되는 시설들을 종합 관리하는 역할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은 각각 28조 3744억 원, 7조 4413억 원으로 총 35조 8157억 원에 이른다. 양사가 완전히 합병하게 되면 각각 소유하고 있던 공항 격납고와 운항 지원 시설, 정비 시설, 물류센터 등 자산이 중복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케이웨이프라퍼티는 토지(3조 883억 원·합병 기준)와 건물 및 구축물(1조 6561억 원), 건설 중인 자산(2조 6100억 원)에 대한 조정 작업을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시설이 현재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구축 중인 항공기 엔진 정비 클러스터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5780억 원을 투입해 4만 2000여 평 규모의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2027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이 다루는 엔진을 기존 6종에서 9종으로 늘리고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엔진까지 통합 정비해 엔진 정비 능력을 100대에서 360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되는 역할의 시설이 많은 만큼 대한항공은 양사 시설을 통합해 관리하는 자회사를 통해 투자와 시설 활용을 최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합 이후 조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 공간의 임대와 매각도 케이웨이프라퍼티의 핵심 업무로 꼽힌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중앙매표소 운영을 기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중구 서소문 대한항공빌딩으로 옮겼다. 인재개발팀과 의료서비스팀 일부도 각각 등촌동 사옥과 대한항공 통합항공보건의료센터로 이관했다. 본격 통합이 시작될 경우 유휴 공간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케이웨이프라퍼티는 이 같은 공간을 임대·대여할 실행 주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설 관리 자회사 설립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목표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평가한다. 대한항공은 기존 여객·화물 사업을 넘어 MRO, 항공기 구조물, 무인기 등으로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부산 테크센터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창사 이후 첫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구축도 추진 중이다. 케이웨이프라퍼티는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전문적인 시설 확충 및 관리를 통해 지원사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대비해 항공 운송 관련 시설 등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케이웨이프라퍼티를 출범했다”며 “향후 예상되는 시설 신축 등도 해당 자회사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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