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매출 86조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영업이익이 12조 원을 돌파하자 업계에서는 “슈퍼사이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시한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12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10조 4400억 원) 이후 5개 분기 만에 다시 영업익 ‘10조 클럽’에 복귀한 셈이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은 2022년 2분기(14조 1000억 원) 이후 3년여 만에 최대치다.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는 반도체 사업(DS 부문)이 이끌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은 3분기 약 5조 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체 실적을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분기 영업이익 4000억 원에서 1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호조에 힘입어 3분기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 지위를 회복했다.
반도체 사업의 실적 회복은 ‘인공지능(AI) 열풍’과 맞물려 전개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AI 가속기에 필요한 D램 수요가 이에 따라 가파르게 늘고 있고 AI가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할 eSSD(기업용 SSD)의 주문까지 폭증하고 있다.
깜짝 실적의 핵심은 메모리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큰 폭의 제품 가격 상승을 동반하며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은 향후 2년가량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 메모리 가격이 회복되면서 실적 개선에 큰 동력을 확보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9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6.30달러로 전월보다 10.53% 올랐다. 이 제품 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이에 더해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출하량이 다시 증가세를 나타낸 것도 실적 개선에 힘을 실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에 HBM3E 개선 제품 공급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낸드플래시 사업 역시 반등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MLC)의 9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전월보다 10.6% 오른 3.79달러로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공급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고성능 eSSD 수요가 늘며 가격 오름폭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본격적인 확장세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700조 원 규모로 인류 역사상 최대 AI 인프라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삼성전자가 참여하기로 한 데다 중국 등도 AI 산업 구축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AI 산업 확산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삼성전자 그간 발목을 잡았던 HBM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이 일제히 회복하고 있는 점도 실적 전망을 밝게 하는 측면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에 공급할 6세대 HBM4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이르면 내년 초 엔비디아에 HBM4 공급을 삼성전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적자를 이어오던 파운드리 사업도 손실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3분기에 테슬라와 애플·IBM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잇따라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상태다. 금융투자 업계는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 영업손실이 2분기 2조 9000억 원에서 3분기 7000억 원으로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투자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라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클라우드 사업에 투자하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던 2017~2018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며 노트북과 PC용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부족했던 2021~2022년처럼 AI 투자로 인한 슈퍼사이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슈퍼사이클이 진행된 2018년 3분기와 2021년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7조 5700억 원, 15조 8200억 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AI발 슈퍼사이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매출은 올해 120조 원에서 내년에는 150조 원을 넘고 영업이익은 13조 원 규모에서 내년 38조 원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사업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내년 전체 매출이 350조 원, 영업이익은 60조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4 시장의 성공적인 진입 등 변수가 많지만 메모리반도체 사업 중심으로 실적이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