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원·달러 환율이 13일 1430원을 넘어서자 외환 당국이 1년 6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섰다. 대미 통상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자 상황을 관망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은 이날 공동으로 “외환 당국은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두개입은 보유한 달러를 사고파는 직접개입과 달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정책 수단이다. 정부는 통상 환율이 급격히 오르거나 내릴 때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성 매매가 한쪽으로 몰리는 움직임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 쏠림을 경계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기재부와 한은의 공동 구두개입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오른 지난해 4월 중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0원 오른 1430.0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에 1434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환율이 1420원대 후반에서 주로 움직이다가 오후 한때 1430원을 다시 넘어서자 외환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고 최종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25.8원으로 마감했다. 4월 29일(1437.3원) 이후 약 5개월 반 만에 최고치다.
외환 당국이 서둘러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환율이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계속되고 한미 관세 협상도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 가치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방침을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대미 투자 협상이 지연될 경우 당분간 환율 하단은 1400원에 고정되고 상단은 144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말까지는 1400원이 환율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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