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슈퍼 사이클’의 불씨를 이어가며 시장의 관심이 클라우드·소프트웨어·로봇으로 확산되는 ‘2막’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AI 테마는 여전히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라면서도 “이제는 반도체 등 인프라를 넘어 서비스와 실물 산업으로 확장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엔비디아·알파벳·알리바바를 10월 유망 투자 종목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온 만큼 미국 주식은 거시경제 지표보다는 개별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엔비디아의 오픈AI 파트너십 체결과 인텔 지분 투자 등의 이벤트들은 실적 가이던스(전망)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올 1·2분기 미국 내 정보기술(IT)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지출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만큼 주요 하이퍼스케일러(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의 투자와 일반 기업들의 AI 도입이 실물경제를 강하게 견인할 것”이라며 최근 떠오른 ‘AI 거품론’을 일축했다.
증권사들은 AI 생태계 중에서도 클라우드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라클·셀레스티카·알파벳·알리바바·나이키·레딧·윈리조트 등 7개 종목을 유망주로 꼽았다. 오라클의 경우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베이스,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소프트웨어 강점을 하드웨어로 확장하면서 인프라 부문이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셀레스티카는 구글·메타 등에 네트워크 장비를 납품하는 기업으로 이들 기업의 장비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이 가속화하면서 부각됐다. 삼성증권은 아마존을 글로벌 추천 종목에 편입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전년 대비 17.5% 증가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고 하반기에도 AI 인프라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특히 소프트웨어 종목 중에서는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들이 관심 종목으로 꼽혔다. 대신증권은 “기업들의 대규모언어모델(LLM) 활용이 늘면서 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구축하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몽고DB를 유망주로 제시했다. 문서형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인 몽고DB는 AI 검색과 데이터 관리 효율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영국 국방부와 대규모 AI 분석 시스템 계약을 체결한 팰런티어도 삼성증권의 유망 종목으로 선정됐다.
중국 증시에서는 로봇 관련 종목들이 추천 종목들로 올랐다. NH투자증권은 탁보그룹을 추천 종목으로 제시했고 대신증권은 유비테크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했다. 조철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액추에이터 등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이 새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샤오미 등 고객사들의 전기차 판매 호조에 따른 수요 개선과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이 기대된다”고 짚었다.
KB증권은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과열된 밸류에이션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KB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HMM·KT&G·한국금융지주·삼성생명·티에프이 등을 추천 종목으로 골랐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증권 업종은 비중 확대, 에너지·화학, 배터리 업종의 비중 축소를 권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올 3분기 반도체를 포함해 디스플레이·조선·정유·방산·증권·엔터 업종은 이익 모멘텀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2차전지·화학·통신·운송·화장품·의류·철강·미디어·기계·유통·게임·자동차 업종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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