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올해 노벨상에서 생리의학상과 화학상 등 두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이로써 일본의 누적 노벨상 수상자는 31명으로 늘었다. 이중 과학 분야 수상자가 27명이다. 과학자들이 오랜 기간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일본 정부의 탄탄한 기초과학 육성책이 노벨상 수상자 배출의 근간이라는 평가가 다시 한번 나온다.
노벨 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 명예교수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8일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명예 교수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각각 선정했다. 사카구치 교수는 메리 브랑코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선임매니저, 프레드 람스델 미국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고문과 함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면역 체계가 신체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말초 면역 관용 관련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M. 야기 미국 캘리포니아 교수와 함께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기타가와 교수는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가 될 ‘금속-유기 골격체(MOFs)’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연이은 낭보에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1980대 들어 각성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제도 개혁의 효과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산업기술 중심 성장을 중시했고, 이에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중 기초연구 비중은 약 10% 내외였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산업기술 고도화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서 ‘기초연구 강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1986년 문부성이 추진한 ‘기초연구 장기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면서 국가 차원의 기초과학 예산을 제도화했다. 이후 5년 단위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정부는 물론 학계, 산업계가 일정한 예측 기반 위에 정책과 연구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첫 번째 노벨상 수상자는 1949년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1907~1981) 박사다. 수상 당시 나이는 불과 42세. 패전국 국민이었던 일본인들에게 큰 희망이 됐다. 1981년에는 후쿠이 겐이치가 최초로 화학상을, 1987년에는 도네가와 스스무가 최초의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일본인 4명이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 동시에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수상까지 더해지면서 일본의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9명, 생리의학상 6명 등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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