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콘텐츠와 쇼핑·모빌리티·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네이버가 제공하지 않는 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는 서비스 협력 전략은 모빌리티까지 넓어졌다 동시에 네이버 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지분 교환을 계기로 디지털 금융 부문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외부 협력도 시동을 걸었다. 업종간 경계도, 국경 장벽도 허무는 초연결이 새로운 네이버 전략의 핵심이다. 특히 AI에이전트 구축이 본격화될 경우 외부기업과의 협력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7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글로벌 택시 호출 플랫폼 우버 택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플러스 멤버십에 우버 택시의 유료 구독형 서비스 ‘우버 원’(Uber One)을 탑재했다. 이에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이용자라면 추가 과금 없이 1년간 우버 원 서비스와 전용 혜택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멤버십 참가 기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컬리와 합작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로 쇼핑 분야로 서비스 혜택을 확대했다. 네이버는 협업 강화 차원에서 컬리 구주도 일부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멤버십 전략은 직접 매출 증대보다 네이버를 기반으로 한 커머스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월 구독료는 4900원, 연간 결제 시 월 3900원으로, 멤버십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더드의 원래 비용(월 5500원) 보다 낮다. 이에 멤버십 수익 자체보다 이용 회원들의 이탈 가능성을 낮추고 광고 효율과 생태계 내 상거래 확대가 목표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넥슨과도 공식적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와 강대현 넥슨 대표는 지난달 만나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이버 계정과 결제시스템을 넥슨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용자는 네이버 로그인을 넥슨 계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를 이용해 넥슨 캐시를 충전할 수 있으며 단건은 물론 정기 예약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두 회사는 콘텐츠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지만 업계에서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을 추진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산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넥슨은 글로벌 지식재산(IP)을 확보한 대표적 국내 게임사이자 웹3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적인 곳이다. 넥슨이 네이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글로벌 유료 결제 장벽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자로 확보하게 된다. 향후 두 회사의 지분 거래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국경 간 결제에서는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이 여러 단계를 거쳐 정산되며 각 단계에 서 수수료와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초월해 동일한 디지털 달러(원화) 단위로 정산되므로 글로벌 플랫폼이 다양한 지역에서 동일한 정산 절차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기반 지급 결제 시스템에서는 소액 정산도 가능하다. 네이버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게임사나 웹소설, 웹툰 업체가 합류할 경우 글로벌 단위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웹툰 회차 결제 등이 이뤄질 수 있다.
네이버의 AI에이전트 구축이 본격화할 수록 외부 협력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I에이전트가 국경을 초월해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실행하면서 구매 명령을 수행하려면 전통 금융망은 물론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AI에이전트가 드나들 글로벌 쇼핑몰 업체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최근 구글이 공개한 AI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인 AP2에는 마스타카드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페이팔 등 카드·핀테크 업체는 물론 엣시(Etsy)와 같은 마켓플레이스, 이더리움 재단,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업체 등 총 60곳이 참여했다. 이에 네이버도 두나무의 결합 후 넥슨은 물론 미국 포시마크나 일본 소다, 스페인 왈라팝, 한국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도 연동할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 다음달 6일부터 이틀간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하는 통합 콘퍼런스 ‘단25’에서 네이버의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 전략을 소개하고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특히 네이버의 두나무 인수 선언 이후 행사가 이뤄지는 만큼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비롯해 합병 이후 사업 구상과 관련한 구체적 청사진이 공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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