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이어 10월에도 한국과 미국 증시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고점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계절적 패턴을 근거로 올해 4분기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 등이 맞물리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7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증시는 과거 통계상 4분기(10~12월)에 전형적인 강세 흐름을 보여왔다. 특히 한국은 8월 약세를 거친 뒤 9월 저점을 다지고 연말까지 반등하는 흐름이 반복됐으며, 미국 역시 9월 부진 후 11월과 12월에 ‘산타 랠리’로 불리는 강세 패턴이 뚜렷했다.
코스피(1980년 1월~2025년 8월 3일 분석) 월별 평균 상승률을 보면 7월 +2.18%의 ‘서머 랠리’ 이후 8월 –1.47%, 9월 –0.77%로 약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10월에는 +0.17%로 반등했고, 11월과 12월에는 각각 +2.63%, +1.70%로 연말 랠리가 반복됐다.
올해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관찰됐다. 차이점이라면 9월부터 큰 폭의 반등세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9월 한 달 동안 7.14%, 코스닥은 5.46%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AI 투자 확대, 양도세 재검토 논의가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강기훈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7월 짧은 ‘서머 랠리’ 후 8월에 하락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으며, 이후 9월 반등한 뒤 10~12월까지 상승이 이어지는 패턴이 관찰됐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의 상승률 패턴은 코스피와 다르게 나타났다. 월별 평균 수익률을 보면 1월 2.69%, 4월 2.33%, 11월 2.35% 등이 상승세가 뚜렷한 강세달로 나타났다. 반면 여름철과 가을에는 부진이 반복돼 9월 –3.37%, 8월 –1.50%, 10월 –1.19%가 가장 큰 약세달로 기록됐다. 기업공개(IPO)와 분기말 차익 실현 등 수급 요인이 각 달의 약세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증시도 계절성이 드러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월 -0.04%, 8월 -0.01%, 9월 -0.68%로 약세를 보였지만 나머지 달에는 모두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줬다. 특히 10월 0.89%, 11월 1.87%, 12월 1.43% 로 연말에 더욱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계절성 상승 하락폭이 더욱 크다. 평균적으로 1월 2.50%, 11월 2.12%, 12월 1.54%로 연말·연초 강세가 반복됐다. 반대로 9월 –0.88%는 뚜렷한 약세 구간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1월 효과(January Effect)’가 반영된 것으로, 연초 신규 자금이 기술주·중소형주에 몰리면서 상승세가 강화된다는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S&P500과 나스닥 모두 11~12월 상승 확률이 높은 만큼 10월 말~11월 초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진입 시점으로 꼽힌다”고 조언했다.
다만 올해 4분기 증시는 과거와 달리 변수가 많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와 9월 고용보고서와 금리 인하 속도, 지정학적 불안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 역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크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와 환율 불안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절성은 투자 시 참고할 수 있는 지표일 뿐, 거시경제와 정책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4분기 강세장 가능성은 높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점 부담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