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 코스피는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였습니다. 4거래일 연속 오르며 4200선 회복 기대를 키우더니, 마지막 거래일인 14일 하루 만에 올해 세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4010선까지 밀리며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죠.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떠받치며 4000선만 간신히 지켜냈습니다. 변동성 장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다음 주 시장을 흔들 이벤트는 무엇일까요?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장보다 14일 전 거래일 대비 159.06포인트(–3.81%) 하락한 4011.57에 마감했습니다. 올해 세번째로 큰 낙폭입니다. 뉴욕 증시 급락과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겹치며 외국인이 하루 만에 2조3574억 원을 팔아치웠고, 기관도 9000억 원 넘게 순매도했습니다. 개인만 3조 원 넘게 사들이며 물량을 받아냈죠. 외국인 자금 이탈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0원을 돌파했다가 정부 구두개입 후 1450원대로 간신히 내려왔습니다.
급락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습니다. 기존 시장 주도주였으나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삼성전자(005930)가 5.5%, SK하이닉스(000660)는 8.5% 급락했습니다. 각각 ‘10만전자’와 ‘60만닉스’ 타이틀을 잃었죠. 반면 조선주는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가 호재로 작용한 것입니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3.17% 오른 58만6000원, HD현대미포(010620)는 3.36% 오른 23만500원에 마감했고, 세진중공업(075580)(10.94%), 대한조선(4.31%) 등도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10일부터 13일까지 코스피는 나흘 연속 상승하며 4170선을 돌파했습니다. 10일 정부와 여당이 배당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하자 금융·지주주가 일제히 뛰었습니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난 것도 호재였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다시 매도폭을 키우면서 상승분은 하루 만에 증발했습니다.이제 시장은 ‘숨 고르기’ 단계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AI·반도체로 대표되던 대형주 쏠림이 다소 완화되며 순환매 조짐도나타나고 있습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필수소비재, 철강, 디스플레이 등은 실적 대비 저평가 구간에 위치해 있다”며 “2차전지와 제약·바이오 업종도 오랜 소외 끝에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짚었습니다. 단기 등락보다 섹터 이동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한편, 코스피가 4000선 안팎에서 숨을 고르는 사이 내년 전망을 두고 증권가의 시각은 극명히 엇갈립니다. KB증권은 최고치를 7500포인트로 제시하며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3저 호황’이 재현되고 있다”고 낙관했습니다. 반면 키움증권은 4500포인트로 전망을 제한했고, 한국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4600, 신한투자증권은 5000선을 예상했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3000포인트 가까이 차이나는 셈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 리포트는 본질적으로 낙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리서치센터의 목적이 신규 투자 유입에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압니다. 해외에서도 코스피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코스피200의 콜옵션과 풋옵션 가격이 동시에 뛰며 내재 변동성이 1년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다음 주로 향합니다. 19일(현지시간)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실적이 양호한 만큼 시장의 초점은 매출 성장률과 마진 개선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AI 버블 논란에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가 향후 주가의 방향을 가를 변수”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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