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가 1억 원으로 상향된 지난 9월 이후 저축은행 업권의 예금 금리가 0.2%포인트 가량 가파르게 하락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수신 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양측 간 금리 격차는 0.4%포인트 안팎까지 좁혀졌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연말 만기 상품을 재확보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2.83%로 집계됐다. 지난 8월 31일(2.99%)과 비교하면 한 달 새 0.16%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여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던 3%대 정기예금 상품은 이제 자취를 감췄다. 8월 31일 기준 12개월 만기 기준 3%대 예금 상품은 총 188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46개에 불과했다. 8월 말 기준 JT친애저축은행의 비대면 정기예금 금리는 3.1%였지만 지금은 2.80%까지 낮아졌다. KB저축은행과 IBK저축은행의 정기예금도 2.4%까지 떨어져 사실상 1금융권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외 DB저축은행DreamBig 정기예금(3.2%→2.85%), BNK저축은행 정기예금(3.05%→2.85%), 웰컴저축은행 e-정기예금(2.9%→2.8%) 등도 금리 인하 행렬에 합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시장 자금 이동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했던 결과’라고 설명한다. 저축은행 업계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수신고 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7~8월 수신 금리를 3% 이상으로 끌어올렸지만, 실제로는 머니무브가 발생하지 않자 다시 금리를 낮췄다는 것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직전에 자금 이동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금리를 비정상적으로 높게 가져갔다”이라며 “9월 뚜껑을 열어보니 머니무브가 없다는 게 확인이 돼 금리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도 금리 인하에 영향을 끼쳤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 이후 신용대출 집행 규모가 급감하는 등 2금융권에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지속되면서 저축은행이 수신을 늘릴 유인이 사라졌다. 대출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신액을 늘리는 건 저축은행 입장에서 비용 부담만 쌓이는 꼴이다.
반면 시중은행은 최근 들어 예금 금리를 올리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개월 만기 예금의 평균 금리는 2.43%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업권과의 금리 차이가 0.4%포인트까지 좁혀진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22일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0.05%포인트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하나·신한·NH농협은행이 각각 대표 예금 상품의 금리를 높였다. 은행권은 금융채 등 시장금리 상승분을 반영해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예대 금리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상황과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 중 일부 예금 상품의 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의 예금 상품 만기는 통상 연말~연초에 몰려있는데, 만기를 앞두고 자금을 재확보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금리를 높게 가져가려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조정 여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등이 수신 금리 방향을 좌우할 변수로 지목된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달 연말 만기 자금을 잡기 위한 대응이 본격화하면 업권의 수신 금리는 소폭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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