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보물인 판다를 한국에서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워요. 평소 한국 화장품을 자주 사용해 호감이 컸는데,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만큼 앞으로도 자주 한국을 찾고 싶습니다."
중국 항저우에서 가족들과 한국 여행을 온 정가려 씨는 29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은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첫날이었다. 국내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은 판다 '푸바오' 덕분에 중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에버랜드에서는 '푸바오 할부지'로 불리는 강철원 주키퍼의 강연이 열려 중국 관광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푸바오의 부모인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당시 한국에 선물한 것으로 한중 우호 관계의 상징이기도 하다. 현장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푸바오 덕분에 한국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이날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시행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 관광객들은 비자 없이 15일간 한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한·중 관광 교류가 본격적으로 재가동되는 청신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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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무비자 정책을 통해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은 883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253만 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에는 10% 정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정부는 무비자 조치가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대폭 늘려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중국 단체관광객 100만 명이 추가로 유입되면 국내총생산(GDP)이 0.08%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다음 달 초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를 기점으로 방한 단체관광객은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1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게 되는 것도 중국인 관광객 증가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비자 시행 첫날, 서울 시내 면세점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인천항에 정박한 중국 크루즈선의 '드림호' 승객 460여 명이 중구 신라면세점을 찾았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동진펑 씨는 "경복궁과 남산공원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며 "무비자 입국 덕분에 주변 친구들도 서울과 부산 등 한국의 다양한 도시를 가보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 화장품 코너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휴대폰에 저장해온 제품 사진을 직원에게 보여주며 쇼핑에 열중했으며, 기념품 코너 계산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직원 이 모 씨는 "손님들이 마스크팩, 패드 등 한국 인기 제품에 대해 많이 문의하고 갔다"며 "무비자 시행으로 중국인 손님들이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도 드림호 승객 약 1700여 명이 방문하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무비자 시행을 계기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회사 측은 10월 국경절 연휴 기간에만 1만 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서울·부산·제주 롯데면세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현지 여행사 및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광저우와 칭다오를 직접 찾아 공동 마케팅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면세 인프라와 서비스로 중국 관광객에게 특별한 쇼핑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이번 정책이 방문객 증가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시행이 단순한 관광객 수 증가를 넘어, 호텔·면세점·카지노 등 관광산업 전반의 활성화는 물론, 주요 상권의 부활을 이끌어 내수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호텔신라(008770)는 글로벌 멤버십 프로그램의 중국 가입자가 전년 대비 200% 이상 급증했으며,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대형 유통사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체관광객 유입이 시작되면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개별 고소득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 프리미엄 소비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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