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042700)가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장비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한미반도체는 AI 반도체용 신규 장비인 빅다이 플립칩(FC) 본더를 출시해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한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업체는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OSAT) 중 한 곳으로 전해졌다.
이번 신제품 출시는 한미반도체가 HBM이라는 메모리 영역을 넘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포괄하는 2.5D 패키징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상 일본 기업들이 장악해 온 FC 본더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FC 본더는 전통적으로 신카와, 시바우라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해 온 시장이다. 한미반도체는 HBM 제조의 필수품인 TC 본더 시장에서 입증한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규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기존 시장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HBM을 만들며 쌓은 정밀 제어 및 열압착 기술 노하우가 FC 본더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에 공개된 빅다이 FC 본더는 이름 그대로 큰 다이(Die)를 처리하는 데 특화됐다. 75㎜×75㎜ 크기의 대형 인터포저 패키징을 지원한다. 이는 기존 범용 반도체 패키징 크기인 20㎜×20㎜를 크게 웃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처럼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 올리는 칩렛(Chiplet) 구조에서는 이처럼 넓은 면적을 한 번에 처리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2.5D 패키징은 AI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실리콘 인터포저라는 중간 기판 위에 GPU, 중앙처리장치(CPU), HBM 등 여러 반도체를 수평으로 배치해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게 만든다. TSMC의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가 대표적이다. 한미반도체의 신규 장비는 바로 이 시장을 정조준한다.
고객사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기존 TC 본더의 주 고객사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집중됐다면, FC 본더는 TSMC와 같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나 ASE, 앰코 등 글로벌 반도체 OSAT 업체가 핵심 고객이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메모리 고객사뿐 아니라 IDM(종합반도체)과 OSAT 고객사에게도 다양한 장비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반도체 첨단 패키징 시장은 2024년 460억 달러(약 64조 원)에서 2030년 794억 달러(약 111조 원) 규모로 연평균 9.5% 성장할 전망이다. 한미반도체는 내년 상반기 '2.5D 빅다이 TC 본더'도 출시하며 첨단 패키징 장비 라인업을 지속해서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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