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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설치 앞두고 경찰 ‘폭풍전야’… “넋 놓고 있다간 당한다” 목소리도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중수청과 수사권 중첩 불가피

행안부 '한 지붕 두 가족' 우려

국수본, 2선 조직 밀릴까 촉각

전문 인력 보내야 할 가능성도

"수사권 기준 법적으로 정해야"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검찰청 폐지가 결정된 가운데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청이 창설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검찰청이 해체되면서 검찰이 쥐고 있던 6대 중대범죄를 비롯한 각종 수사권의 행방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범위가 넓어진 경찰이기에 내부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추가로 가져오게 된다면 경찰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검찰청을 대신해 출범할 행안부 산하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라는 ‘굴러들어온 돌’에게 되레 현재 가지고 있는 권한은 물론, 자칫 인력이나 예산도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는 자칫 2선 조직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유예기간 1년이 지난 내년 10월 검찰청이 사라지게 되면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가 가능한 6대 중대범죄,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마약과 내란·외환까지 중수청의 몫이 된다.

문제는 해당 범죄들이 이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분야라는 것이다.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경찰의 수사 기능을 전문적으로 다루겠다는 목적으로 출범한 국수본은 ‘1차 수사 종결권’까지 가져오면서 검찰을 견제할 만큼의 권한을 가져오게 됐다. 출범 초반 삐걱이는 모습도 있었지만 4년이 흐른 현재는 수사 경찰이 충원되고 경찰관들의 수사 경험이 쌓이며 차츰 안정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입찰비리나 우리나라 기업들을 향한 북한의 해킹 공격, 1타 강사와 현직 교사의 문제 거래, 여기에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사건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경찰은 그 수사력을 입증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수청의 출범은 경찰에게 그닥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당시에도 경찰은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경제 범죄 등 분야에서 수사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그나마 검찰은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어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기소하는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중수청의 경우 국수본과 마찬가지로 영장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주요 중대 범죄 수사권을 둔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 중수청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경찰은 이미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도 문제다. 법무부 산하인 검찰청과는 부처 간의 견제와 조율이 가능했지만 행안부 산하의 중수청과는 ‘한 지붕 두 가족’ 구조 속에서 권한 배분이 이뤄진다. 행안부 장관이 인사나 예산 등에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설치를 주도한 중수청에 권한이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국무총리 직속 기구인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해 중첩되는 수사권과 업무를 유연하게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의 생각은 다르다. 제언 기관인 위원회가 실질적 수사권을 쥐고 행사하는 수사기관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데다 법률 해석에 따라 각 기관 주장의 타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판정승’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중수청 설치를 주도한 행안부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 지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미 12·3 비상계엄 내란 의혹 수사 당시 내란 수사권을 두고 검찰과 국수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내란 수사권을 쥐고 있는 국수본이 수사를 전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고위 공직자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을 들고나온 공수처도 가담했다. 여기에 내란 관련 수사가 개시 범죄 범위 내에 있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검찰도 뛰어들었다. 세 기관이 엉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결국 ‘대면 조사 없는 기소’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인력 축소 문제도 언급된다. 검찰청 소속 일부 특수통 검사와 수사관, 수사 전문 인력이 중수청으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지만 전문 인력 대거 이탈 문제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만약 검찰 내부에서 전환되는 인력이 충분히 확보된다고 해도 ‘검찰 부활’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기에 각종 수사기관으로부터 충원받을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중수청이 담당해야 할 수사 분야의 주요 인력을 대규모로 보유한 국수본에서의 인력 유출은 불가피하다. 앞서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을 발의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외부에서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고 필요하면 경찰에서도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사권에서도, 인력과 예산 측면에서도 불리한 싸움을 앞두고 있는 경찰은 검찰청 해체 유예기간 1년동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아직 정부에서 어떠한 지침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만히 있다 가이드라인이 떨어졌을 때 대비에 나서면 늦는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찰이 애써 가져온 수사권을 지킬 방안을 마련해야 그간 국수본에서 심혈을 기울이던 수사경찰 확충과 전문성 확보 정책이 계속될 수 있다.

“수사가 중복되는 경우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어느 기관에서 우선적으로 수사를 담당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법으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찰도 목소리를 내야 할 시기가 반드시 올텐데, 조직 개편까지 염두에 두고 미리 여러 갈래로 대비하지 않으면 경찰의 수사권 축소는 불보듯 뻔할 것”이라는 경찰 고위직 관계자들의 우려는 비단 개인적인 의견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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