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의도에 추진 중인 수변 문화 랜드마크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사업이 본격화됐다. 오 시장은 여의도 일대를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 프로젝트’처럼 주거·문화·상업이 어우러진 최첨단 복합 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을 위한 지반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 공모를 추진하는 가운데 계획 수립에 앞서 땅의 성질, 지하수의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두 달간 지표투과레이더탐사(GPR)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가 2023년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여의도 공원 재구조화 사업의 일환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여의도 공원 내에 부지 면적 3만 4000㎡, 전체 연면적 6만 6000㎡규모로 조성된다.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지로 여의도 공원을 선택한 것은 수변 문화 랜드마크를 만들어 도심문화공원을 리모델링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도심문화공원이란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 시설로 녹지·오픈스페이스를 보유한 공원을 뜻한다. 미국의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와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여의도 공원은 서울의 중심 지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과 단절돼 공원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여의도를 동서로 나눠 미관적으로도 단절을 유발해 여의도의 공간적 위상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3대 도심 중에서 여의도·영등포가 위치한 서남권 지역이 공연장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을 여의도 공원에 만들기로 한 이유 중 하나다. 서울 도심에는 세종문화회관이, 강남 도심에는 예술의 전당이 위치해 있지만 여의도에는 이렇다 할 공연장이 없다.
서울시는 제2세종문화회관을 문화, 예술 공연장을 넘어 국내외 관광객이 공유할 수 있는 세계적인 도심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제2세종문화회관에는 대공연장(1800석), 중공연장(800석)을 비롯해 전시장(5670㎡), 문화 교육 시설, 한강 버스 이용객이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음료(F&B) 시설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채울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서울시는 본격적인 여의도 도시 공간 구조 개편에 나선다. 도로와 공원으로 단절된 여의도 도시 공간 구조를 통합 중심 공간 구조로 바꾸고 여의도역 복합환승센터와 연계한 지하 보행 네트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프로젝트가 오래된 항구 인근의 창고나 공장들을 사무실·호텔·상점·사무실과 거주 공간으로 되살려 주거와 문화·상업이 어우러진 최첨단 복합 도시로 재탄생시킨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세부적로는 여의도 공원 상부에 도시 공간 구조를 반영해 주변과 통일감이 들도록 수변·문화·생태 등 구역 별 테마를 설정해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수변 문화 공원은 한강공원과 연결되는 제2세종문화회관과 도시 정원을 조성하고 문화 녹지광장에는 국제금융지구와 연계되는 다목적 잔디광장을 만들어 다양한 이벤트 공간이자 도심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생태공원은 샛강과 연계된 생태숲을 최대한 유지,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꾸릴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2세종문화회관은 개방된 공간으로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백스테이지 투어, 건축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편하게 찾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문화 플랫폼 역할을 목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제2세종문화회관 기획 디자인 공모에 참여한 5팀을 선정해 설계 공모를 진행 중이다. 시는 11월 4일 유튜브를 통해 참가팀 발표와 심사 과정을 생중계하고 최종 당선팀을 선정하게 된다. 이어 14개월 동안 기본·실시 설계 용역을 수행한 뒤 2026년 12월 건립 공사에 착공, 2029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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