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간편 투자 수단인 금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금 ETF 10종의 순자산 합계는 지난 4일 종가 기준 2조 277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8772억원) 대비 9개월 만에 약 2.6배 불어난 규모다.
금값 랠리는 국제 정세 불확실성과 맞물려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위기, 미·중 통상 갈등이 겹친 데다 최근 미국 금리 인하 전망과 달러·국채 가치 하락 불안까지 겹치며 안전자산 수요가 급등했다. 금은 보관·운송 비용이 커도 가치 보존 수단으로서의 신뢰성이 강해 통상 기존 체제에 대한 우려가 늘면 몸값이 뛴다.
뉴욕상품거래소 금 선물 가격은 3일 사상 처음 트로이온스당 3600달러(한화 약 500만원)를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5000달러(한화 약 7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금 ETF는 주식처럼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투자 방식에 따라 유의할 점도 있다. 현물형은 국내 금 시세를 바로 반영해 비용 부담이 적지만 ‘김치 프리미엄’(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금에 투자하는 상품은 지역 프리미엄 부담이 덜하지만 해외 상장 ETF를 재간접 편입하는 구조라 추가 비용이 붙는다. 선물형은 수익률이 높은 대신 구조가 복잡하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금 ETF에는 55억달러(7조 6000억원)가 유입됐다. 이 중 41억달러(약 5조7천억원)가 북미 지역에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나, 서구권 투자 열기가 국내보다 훨씬 뜨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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