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뱅)들이 겉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실채권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자산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 인뱅 3사는 올해 상반기 모두 순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토스뱅크는 상반기 순이익이 40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1% 늘며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올렸다. 카카오뱅크도 순익이 263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상반기 순익이 소폭 줄었지만 2분기만 보면 전년보다 96.3% 증가한 682억 원을 거두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표면적으로는 재무건전성도 개선된 듯 보였다. 케이뱅크의 올해 2분기 연체율은 0.5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1%포인트 떨어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85%에서 0.51%로 낮아졌다. 토스뱅크 역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카카오뱅크는 두 은행보다 여전히 지표가 양호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연체율이 0.48%에서 0.52%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47%에서 0.54%로 오히려 악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건전성 개선’이 사실은 부실채권을 대거 상각·매각한 결과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인뱅 3사가 처리한 부실채권 규모는 51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1% 급증했다. 이는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실채권 상각·매각 규모는 해마다 불어나 2023년 상반기 1802억원에서 하반기 332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50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인뱅은 태생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 구조적으로 부실 리스크가 크다. 인뱅은 설립 목적상 전체 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차주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금융당국은 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더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신규 취급액의 30% 이상을 반드시 해당 계층에 공급하도록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기업 대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인뱅은 대기업 대출이 금지돼 개인사업자·중소기업 위주로 대출을 집행한다. 이 역시 경기 상황에 따라 상환 리스크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실적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부실채권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인뱅의 건전성 문제를 낙관하기 어렵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기조 속에 향후 부실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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