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재계와 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재계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입법 후속 대책 마련 시 재계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과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최 회장은 재계를 대표한 모두발언에서 “지난 주말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체포·구금 사태가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사흘 만에 석방 교섭이 타결된 데 대해 경제계를 대표해서 감사드린다”면서도 “향후 미국 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원만한 경영 활동을 위해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비자 쿼터 확보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회장은 “여전히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가 많고, (기업이 커질수록) 보상이 줄고 부담이 커지는 현 제도·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과 관련해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당에서 미국 비자 문제를 정부와 협력해 해결하겠다”고 했다. 또 “최 회장이 말한 기업 규모별 계단식 규제로 기업들이 규제를 피하느라 성장을 피한다는 지적이 가슴에 와닿는다”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공정경제’는 모든 경쟁 주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고 활력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혁신을 통해 기술 주도 성장을 이뤄내고 대기업·중소기업, 사용자·노동자 모두가 성장하는 진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과 재계 간 비공개 간담회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계 우려와 관련해 “한정애 당 정책위의장이 후속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재계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1·2차 상법 개정안 후속 조치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데 대한 재계의 우려도 컸다고 한다. 박 대변인은 “노란봉투법 후속 지침 마련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소통하면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재계에)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기업은 석유화학·철강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국회의 도움을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기업들이 철강 산업 지원에 관한 법이 이미 발의됐고 여야 의원을 합쳐 100명이 공동 발의한 만큼 그 부분은 빠르게 통과시켜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석유화학 산업은 자구책으로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했으나 그래도 정부와 국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정책위 차원에서 관련 법 중 발의되지 않은 것은 아직 산업통상자원벤처중기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아 논의되지 못한 것인데,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재계에) 즉각 답변할 수 있는 것은 답변했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들도 9월까지 답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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