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지난해(25.6도)를 넘어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평균 최고기온도 30.7도로 사상 가장 높았으며,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일’은 28.1일로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서울과 대구 등 주요 도시는 한 달 중 절반 가까이를 폭염 속에서 보냈다.
역대급 폭염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폭염이 대기 대순환 패턴과 지구 온난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장마가 끝난 뒤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되면 대기 흐름이 정체되고, 맑은 하늘과 강한 햇볕이 이어지면서 열이 축적된다. 여기에 티베트 상층 고기압이 덮치면 하강기류가 단열팽창을 일으켜 기온 상승이 가속화된다. 국지적으로는 동풍이 산맥을 넘으면서 중부 지역에 뜨거운 바람을 몰고 오기도 하고, 도심에서는 ‘열섬 현상’으로 더위가 배가된다.
한반도는 동아시아 몬순 기후권에 속해 여름철에 고온다습한 날씨가 잦으며, 열대야와 폭염 발생 빈도가 높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 수증기를 늘려 습한 폭염을 더 자주 불러오는데, 이는 건조한 폭염보다 인체에 부담이 크고 위험하다. 따라서 정확한 폭염 예보와 전망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점점 중요해지는 폭염 중기 예측…아직도 초기 단계
현재 기상청은 최고 체감온도가 이틀 이상 33도를 넘으면 폭염주의보, 35도를 초과하면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경보는 당일이나 이틀 후 수준의 정보에 그치며, ‘향후 1주일’이나 ‘여름철 전망’ 등 중장기 예측은 제공하지 못한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계에서는 폭염의 중기 예측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유라시아 대륙의 토양 수분, 북극 해빙의 변화 등을 종합 분석해 예측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연구센터는 ‘앙상블 예보’를 통해 폭염 중기 예측 연구를 진행하고있다. 초기 조건을 조금씩 달리해 수십~수백 번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뒤 통계적으로 분석해 폭염 발생 확률을 산출하는 것이다. 이 기법은 2018년 기록적 폭염을 사전에 감지해 해외 학술지에 발표되면서 국제적으로도 신뢰성을 얻기도 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중장기 폭염 전망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영국기상청의 기후모델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미국은 열지수(체감온도)를 활용해 3~7일 전부터 ‘Heat Watch·Warning’을 발령하고, 일본은 습구흑구온도(WBGT) 지수로 건강위험을 5단계로 안내한다. 호주는 초과열지수(EHF)를 적용해 저강도에서 극심 단계까지 나눈 경보 체계를 운영한다.
사회적 재난 폭염, 정밀 예측 체계 구축 시급
폭염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선 사회적 재난이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4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155명)보다 1.3배 증가한 수치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7월 최대 전력 수요는 85GW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달 25일에는 96GW까지 치솟았다. 농업·수산업 피해와 전력 수급 불안까지, 폭염은 국민 건강과 사회 기반 전반을 위협하는 복합 재난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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