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정거래법이 1980년대 재벌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일본법을 토대로 만들어져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최근 대한상의 정책 제안서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에 기고한 글을 통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을 모델로 제정됐다고 밝혔다.
사적독점금지법은 일본 패망 이후 미국이 일본의 전쟁범죄가 재벌에 의해 벌어졌다고 판단하고 일본 재벌을 해체하기 위해 미국의 반독점법을 모델로 삼아 제정된 법이다. 당시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일본법을 따라 한국의 재벌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제를 만들었고 이후 한국 대기업 그룹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법으로 작용해왔다. 최 교수는 “일본법을 가져오면서 왜 이런 규율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입법 근거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한국 재벌도 같은 규제를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동일인 지정 제도를 현재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인 지정 제도는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의 총수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두고 각종 자료·공시의무를 부과하고 형사 책임을 묻는 제도다. 최 교수는 지주회사 구조의 기업집단의 경우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를 원칙적으로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한편 혈연관계가 아니라 실질적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일인 규제 외에 공정거래법상 대표적 규제로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도 개선돼야 한다고 최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공익법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주요 원인”이라며 “공정거래법을 통해 공익법인을 규제하는 대신 외부감사나 조세 혜택에 대한 관리 감독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