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약 10년 만에 애플에 차세대 첨단 반도체 칩을 공급한다. 소니가 애플에 독점 공급하던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를 수주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계의 최대 큰손 중 한 곳인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등세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6일(현지 시간)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새로운 협력 사항을 발표했다. 애플은 보도 자료를 통해 “오스틴에 있는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구체적 개발 사항을 밝히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생산할 제품은 아이폰에 들어갈 이미지센서로 알려졌다. 삼성의 차세대 칩은 이르면 내년 출시될 아이폰18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2015년 애플 아이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9’을 공급한 후 1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칩 개발을 위해 애플과 함께 웨이퍼를 3단으로 직접 적층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미지센서의 화소 크기를 줄이고 간섭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애플이 밝힌 새로운 칩 제조 기술 역시 이 같은 첨단기술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공급하게 될 아이폰용 이미지센서는 그간 소니가 사실상 독점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첨단기술을 통해 애플 이미지센서 공급망을 뚫으면서 향후 추가 수주 계약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 역시 미국 내 생산 및 공급망 비중을 높여야 하는 압박에 처해 첨단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은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계약으로 소니의 독주 체제도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는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사를 기반으로 전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9% 수준이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전자와 애플이 손을 잡으면서 삼성전자는 추가 수주로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규복 전 반도체공학회장은 “애플은 같은 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와는 거리를 두려 해왔는데 그만큼 삼성 기술력이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 번 거래가 뚫리면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등 다른 제품과 패키지딜의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고객이 없어 큰 폭의 적자를 이어오던 파운드리 사업부도 이번 계약으로 사업에 날개를 달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테슬라로부터 2033년까지 8년 동안 총 약 23조 원 규모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생산 계약을 따내며 빅테크 수주 가뭄을 끊어냈다. 테슬라가 맡긴 AI6 칩은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및 로봇에 탑재될 최첨단 칩이다. 테슬라는 이 제품의 직전 세대는 TSMC에 맡겼다. 그간 2나노 고객사는 대부분 작은 회사들이었는데 테슬라에 더해 애플까지 빅테크 고객 확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애플과 같은 빅테크 수주가 중요한 것은 향후 또 다른 고객사 유치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다른 대형 수주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빅테크 기업 수주를 위해 그간 TSMC 대비 적은 마진의 계약을 제안하고 리소스도 고객사 편의에 맞게 제공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그간 TSMC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저마진의 파격적 제안을 해왔고 거기에 기술이 받쳐주면서 성과가 나고 있다”며 “파운드리 산업은 대규모 웨이퍼를 생산하는 경험이 기술 및 사업 고도화에도 중요한 만큼 이번 계약이 갖는 의미는 수주 그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퀄컴·엔비디아 등과 파운드리 수주 계약을 위한 사전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때 주요 고객사였다가 TSMC로 넘어간 퀄컴과는 차세대 첨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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