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잇따라 사고가 터지자 주요 계열사에 격주 4일 근무를 중단하고 저녁 회식을 자제하라는 비상조치를 내렸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는 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e메일을 통해 주 4.5일제 근무 체제에서 주 5일 근무로 한시적으로 회귀할 것을 공식 권고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부터 평일 근무시간을 확대·조정해 격주로 금요일마다 직원들이 쉴 수 있는 근무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이를 중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과 계열사들은 임직원들의 저녁 시간대 사내 회식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골프를 삼가자는 움직임이 계열사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는 맞으나, 회사 차원의 조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광양제철소를 찾아 김성호 포스코노동조합 위원장과 1시간 동안 면담했다. 장 회장과 김 위원장은 이달 1일 출범한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팀(TFT)’에 노조가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 사장은 사의의 뜻을 밝혔다. 정 사장은 이날 오후 입장물을 내고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포스코홀딩스의 건설 자회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전날 오후 1시쯤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 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고 의식 불명에 빠졌다. 잇따른 산업 현장 사망 사고에 정 사장이 사과하고 전체 현장에 대해 무기한 작업 중지를 선언한 뒤 엿새 만에 작업을 재개했는데, 바로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즉시 작업 중지 조치를 하고 사고 원인 및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포스코가 임직원들의 기강 다지기에 나선 것은 장 회장 직속의 TFT를 출범한 지 3일 만에 추가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전관리 전문회사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혁신 계획까지 발표했지만 공염불에 그칠 위기에 놓이자 구성원들의 경각심 제고에 나선 것이다.
앞서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는 올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 사고를 시작으로 4월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 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 사고, 7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기계 끼임 사고 등이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를 겨냥해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건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이날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또 인명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안전관리와 관련한 근본적 대책을 주문했다. 고용부는 “포스코이앤씨 전국 건설 현장 62개소에 대한 불시 감독을 철저히 이행하고 일벌백계의 관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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