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조선업 현대화 방안인 일명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한 조 단위 증자에 나선다. 미국에 투자하는 우리나라 조선 업체에 대출 및 보증 지원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3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수은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본금을 최소 2조 원 이상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증자를 통해 미국 측에 마스가 프로젝트를 언제든지 가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현지 투자와 함께 수은·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대출·보증 지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정부는 올 4월에도 대미 관세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 1차 추경을 통해 수은에 2000억 원을 증자해 올해 현금출자만 3000억 원이 이뤄졌다. 여기에 마스가까지 연계한 증자안이 통과되면 수은의 올해 증자 규모는 2조 300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증자 규모인 2조 1000억 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치다. 이에 대해 수은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결정되면 그에 맞춰 수출기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수은에 대해 지속적인 현물출자 등을 통해 수은의 자본금을 꾸준히 확충해왔다. 2014~2022년에 총 5조 5000억 원이 출자됐고 특히 2023년 이후 4조 1000억 원의 추가 출자가 단행됐다. 수은 역시 자본금을 2030년까지 7조 원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내부 목표를 갖고 있고 이번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추진으로 자본금 확충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산업 중 하나다. 한국만이 갖고 있는 조선 기술력과 공급망 역량을 바탕으로 한미 관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를 정부는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수은 외에 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 등에 대해서도 증자를 추진하는 방안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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