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아이티켐이 SK바이오텍, 에스티팜, LG디스플레이 등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한국의 머크(독일 기업)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인규(사진) 아이티켐 대표는 22일 여의도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약품과 전자제품 소재를 같이 만든다는 게 생소할 수 있지만 핵심 제조 기술, 설비 등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머크 같은 글로벌 소재 기업이 두 가지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가져가고 있으며 아이티켐도 두 분야에서 모두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티켐은 의약품, 디스플레이, 기타(이차전지 소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원료를 생산하는 CDMO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22억 원으로 의약품이 61%, 전자 소재가 39%를 차했다. 현재 SK바이오텍의 최우선 협력업체로 등록돼 당뇨병 복합제의 원료물질을 공급하고 있으며, 에스티팜과 동아쏘시오홀딩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도 유치했다. 전자 소재 분야에서 삼성, LG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소재 1차 벤더 4개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글로벌 최대 OLED 소재 기업인 UDC의 계열사 UDC 벤처스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투자를 받았다.
아이티켐은 IPO를 통해 모집한 자금을 의약품 사업 확장에 활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SK바이오텍으로부터 엔자임 효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이전 받아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GLP-1의 소재가 되는 올리고 펩타이드 양산 기술도 확보했다”며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켐은 이번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게 된 배경을 “SK바이오텍, 에스티팜 등 주요 고객사들의 신규 생산설비에 맞춰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의 경우 에스티팜에 납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티팜은 현재 글로벌 빅파마와 유전자 치료제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수 분야 진출에 공모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올해 4분기 중수 생산을 위한 디스플레이 라인이 완공될 예정”이라며 “내년 1분기부터는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수는 원래 100% 수입에 의존하던 소재로 LG디스플레이의 국산화 과제에 참여해 약 4년에 걸쳐 자체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설비 고도화와 기술 인력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지속 가능한 첨단화학소재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아이티켐은 이번 상장을 통해 20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며 공모가는 1만 4500원~1만 6100원, 총 공모금액은 290억 원~322억 원 규모다. 수요예측은 이달 17일~23일까지 이뤄진다. 상장 주관사는 KB증권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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