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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25일 '2+2 통상' 최종담판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22 16:40:35우리 경제의 앞날이 걸린 한미 ‘2+2 통상 협상’이 이달 25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개최된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일을 8월 1일로 못 박은 만큼 이번 협상이 사실상 최종 담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회의를 하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구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 본부장,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경제 부처 장차관 13명이 참석했다. 구 부총리는 “긴급하게 회의를 열어 대미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며 “8월 1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다만 구체적인 협상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는 한국에 대한 25% 상호관세 인하 및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 인하 필요성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비관세를 포함한 통상 협상 외에도 방위비 증액 등 안보 현안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 부총리는 “국익과 실용 차원에서 마지막 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아주 촘촘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협상 일정이 확정되면서 협상단 멤버들도 속속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 본부장이 이날 출국했고 구 부총리는 24일 미국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2+2 회의 멤버 외에도 외교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도 출국해 각자 카운터파트와 협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美 "시한보다 중요한 건 합의의 질"…韓 고강도 압박하나
국제 정치·사회 2025.07.22 17:42:38“상호관세 유예 90일간 90개의 무역 합의를 이루겠다(4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며 속도전을 강조했던 미국이 협상의 질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합의안을 여러 차례 반려한 인도네시아 사례까지 거론하며 ‘더 나은 제안’을 가져오라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1일(현지 시간) CNBC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의 질이지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8월 1일까지 합의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를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상대국과 대화할 수 있지만 합의를 위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총 5차례 합의안을 가져왔는데 첫 제안이 매우 좋았지만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다시 (수정안을) 들고 왔다”며 “그들의 제안은 점점 좋아졌고 결국 환상적인(fantastic) 합의를 했다”고 흡족해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1만 1000개 미국 제품의 관세가 철폐됐고 비관세장벽도 사라졌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19%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반면 그들은 미국산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높은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베선트 장관은 유럽연합(EU)에 대해 “관세는 무역흑자 국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은 무역적자 국가이기 때문에 EU가 더 빨리 협상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흑자에 기대어 성장했던 나라는 고율 관세로 수출이 줄면 경제가 받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논리다. 한국 역시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556억 달러(약 77조 450억 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베선트 장관은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8월 1일에서 추가로 연기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봐야 한다”면서도 “고율 관세가 상대국에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3차 무역 협상은 내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전망이다. 베선트 장관은 22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8월 12일로 예정된 대중 관세 유예 시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달 28∼29일 스톡홀름에서 중국 측 관계자들과 만나 관세 유예 시한 연장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외에도 중국의 과잉 생산 확대를 자제하고, 소비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 잠재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내용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러시아 및 이란의 제재 대상 원유를 구매하고 있는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간접적 도움을 주는 행위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양국의 상호방위조약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어디에서든 우리의 군대와 항공기 또는 공공 선박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유사시 미국이 지원을 하고,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 등에서 미국이 공격을 받으면 필리핀이 미국을 지원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이 향후 한국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 경우 한국은 중국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
2.5억弗 LNG선에 4억弗 원유까지…'선물 보따리' 챙긴 협상팀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22 16:55:41미국이 제시한 상호관세 데드라인(8월 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미 양국의 통상·환율 줄다리기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의 최대 관심사가 무역수지 적자 폭 축소와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인 만큼 우리도 미국의 요구를 최대한 만족시키면서도 우리나라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관세 협상이 대미 투자·구매와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로 선순환되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방미 기간 미국 측에 제안한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기본 틀을 바탕으로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 본부장은 이날 출국에 앞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국에 제시할 협상안을 공개하고 전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우선 에너지 품목 중심으로 미국산 수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9일 200만 배럴 규모의 미국산 경질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석유공사는 3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0만 배럴씩 미국산 경질유 구매 계약을 마쳤다. 그동안 중동에서 들여오던 원유 약 600만 배럴을 미국산으로 대체한 것이다. 7월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65~68.5달러 폭을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역수지를 4억 달러(약 5553억 원)가량 개선할 수 있는 물량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는 무역흑자를 더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전체 수입 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 판단에 따라 상당한 미국산 물량을 도입할 수 있어서다. 실제 가스공사는 미국산 LNG를 최대 300만 톤 추가 도입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미국산 LNG 도입 물량이 386만 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입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늘리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LNG 수입 평균 가격인 톤당 548.2달러를 단순 적용하면 수입 대체 규모는 약 16억 4400만 달러에 달한다. ★본지 7월 17일자 1·3면 참조 조선 산업에서는 이미 한미 간 협력의 성과물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운 자회사인 한화해운과 미국 필리조선소가 3480억 원 규모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건조 상당 부분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진행되지만 필리조선소가 미국 해양경비대(USCG)의 미국 법령과 해양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인증 작업을 지원한다. 한화그룹은 이 같은 한미 조선소 공동 건조 모델을 앞으로도 확대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건조 기술을 필리조선소에 단계적으로 이양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조선소에 수출형 LNG 운반선이 발주된 것은 1970년대 말 이후 약 50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이 이 같은 카드를 내밀어도 미국은 협상 막바지까지 더 많은 구매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방미 당시 미국 측이 여 본부장에게 약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터무니없는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논의를 주도하는 방식을 곧잘 써왔다”며 “원유·LNG 도입 확대 정도로 미국이 쉽게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요구에 맞춰 협력과 투자를 약속하더라도 법적 구속력 있는 계약은 피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 25%, 철강 50%에 달하는 품목관세를 기본관세율 수준인 10%로만 낮춰도 성공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협상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일단은 한미 양측이 원칙적 틀에 합의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측 발언을 보면 협상 시한보다 양질의 내용을 우선하고 있다. 요구 강도를 낮출 것 같지 않다”며 “이번 협상에서 최대한 이견을 줄이고 원칙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한 달 남짓한 시간 내에 전체 무역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협상을 디테일하게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앞서 협상을 타결한 영국과 베트남 등도 원칙적인 합의를 한 뒤 구체적인 실무 협의는 뒤이어 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
日과 달리 조선·배터리·반도체 등 강점…'K제조동맹' 카드로 승부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27 18:56:58한미 관세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조선업 협력 방안에 미국 측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실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파트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협상 일정 취소 통보로 정체됐던 양국 간 협상도 한미 조선 협력을 지렛대 삼아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기대된다. 미국이 한국의 조선업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미중 갈등 속 미국은 꾸준히 해양력 강화를 도모해왔지만 해양력의 근간이 되는 미국의 조선업은 2000년대 이후 사실상 붕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전문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2412척 중 미국이 수주한 선박은 단 12척(0.5%)에 불과했다. 중국의 수주 건수가 1711척(70.9%)에 달했던 것과 대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진행한 12분가량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 군함 건조와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협력하자”고 일찌감치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미국의 상황과 맥락을 같이한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제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은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인 일본도 제공할 수 없는 선박 건조 및 MRO 기술과 인프라를 지녔다는 것이 산업계의 일관된 평가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군함부터 잠수함, 쇄빙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특수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미 해군이 요구하는 품질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열린 선박 전시회에 참관한 후 게재한 보고서에서 “미국과의 조선 협력을 묻는 말에 대부분의 일본 조선사는 협력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여력이 없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1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약속으로 관세율 인하를 얻어낼 수밖에 없었지만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 기술 이전, 인력 양성 카드를 내세울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국내 조선 3사(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화그룹은 최근 계열사 한화오션이 보유한 미국 현지 필리조선소에 LNG 운반선을 발주하며 미국 조선소에 50년 만의 LNG 운반선 수주 실적을 안긴 바 있다. HD현대는 올해 4월 미국 해양·방산 1위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 군함·상선 협력 가속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건조 비용 및 납기 개선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이 밖에 한국은 일본보다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투자에서 현지 인력 양성에 이르기까지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안하고 한국이 대체 불가한 ‘제조 동맹’임을 강조하면서 상호 이익의 합의를 도출하자고 설득 중이다. 이들 전략 산업의 경우 공장 1개 건설이 곧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이 미국 경제 및 산업의 지속 가능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과 접촉해 가용한 현지 투자 금액을 취합하고 그룹사별 대미 협력 전략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장 등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과의 고위급 협의를 24~25일(이하 현지 시간) 잇달아 진행하며 집중 협상에 나서고 있다. 특히 25일에는 뉴욕의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도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통상 현안을 최종 조율한다. 다만 이 같은 협력 과정에서 한국 경제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미국에 일방적으로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용호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전문관은 “미 의회의 조선업 재건 관련 법안은 미국으로의 리쇼어링 유도, 미국 선박 사용 유도 등 미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 같은 도전 요소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민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국내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프로젝트 진행 시 전문 인력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 능력을 판가름할 첫 시험대가 된 만큼 대통령실은 협상 타결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쇠고기·쌀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협상 카드에서 제외했다가 다시 포함시키는 식이다. 실제로 25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통상대책회의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구 부총리 등만이 아니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막바지 협상 대응 전략 구상에 나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거의 24시간 내내 (통상 관련) 보고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미국 현지에서 전해지는 협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AI에 국가 명운 거는 美…한국은 어디쯤 있나[이태규의 워싱턴 인사이드]
국제 정치·사회 2025.07.27 18:10:04어느 나라나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그 자체로 국정운영의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대통령이 조선소를 방문하면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준다는 뜻으로 읽히고, 노동 현장을 방문하면 근로자 권익을 우선적으로 살피겠다는 국정철학을 대외에 공표하는 행위가 된다. 한미 관세 협상 진행 소식에 묻혀 국내에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일정이 있었다. 바로 이달 23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경쟁 승리’라는 행사였다.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열린 ‘에너지 혁신 서밋’에 참석한 지 1주일 만이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1주일 새 두 번이나 AI 관련 행사에 다녀갔다”며 “AI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적인 정책 목표라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미국의 AI 액션플랜’을 들여다보면 AI가 전 세계 패권 경쟁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미국이 AI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서에서 “AI 분야에서의 혁신은 글로벌 권력 구조를 재편하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우리의 삶과 일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혁신의 모든 잠재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AI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는 말이다. 28쪽 분량의 액션플랜에는 미국이 AI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90개 이상의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 있다. 규제를 혁파해 AI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풍부한 에너지 인프라로 AI 발전의 속도를 높이며 미국식 AI 표준을 전 세계로 확산해 세계를 미국 AI에 중독시키겠다는 게 큰 줄기다. 이를 위해 업계로부터 AI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에 대한 민원을 받는 창구를 개설한다. 법 규제부터 행정명령, 행정 지침까지 AI 발전에 방해된다고 판단되면 이를 수정하거나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 또한 ‘AI 기술 습득’으로 잡고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에 ‘미국의 AI 리더십을 막는 장애물 제거’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지금까지 총 13건의 AI 관련 행정명령,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업계에서 데이터센터를 돌리기 위해 지금 당장 전력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환경 규제를 없애고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10개 착공하겠다고 했다.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예산 낭비’라고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의회를 통과한 감세안에 반도체 세액공제 비율이 당초 25%에서 35%로 올라가는 데도 사실상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일방적인 무역 협상 방식에 고충을 겪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미국에서 보내온 짧은 e메일 한 통에 출국 시간 한 시간을 앞두고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국가 안보 수장(대통령실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까지 와서 카운트파트너와 만나지도 못했다. 당장은 관세 협상이 발등의 불이지만 결국 힘이 있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힘은 첨단기술·첨단산업에서 나온다. 그동안 반도체와 배터리가 버팀목이 됐지만 이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울산에서 열린 ‘SK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AI 인력 양성과 에너지, 규제 혁파 등의 행동 계획을 총망라한 미국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우리 수준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그나마 글로벌 AI 경쟁에서 같이 뛰기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달 나올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AI 관련 주요 계획이 담긴다는 소식이다. 국가의 명운을 걸고 제대로 싸울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
美-EU, 스코틀랜드 ‘관세 담판’…3차 미중협상도 앞둬
국제 정치·사회 2025.07.27 18:02:15미국이 유럽연합(EU)·중국 등 최대 무역 상대국과 연달아 무역 협상을 갖는다. 협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시장도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워싱턴DC에서 EU 측 협상단과 밤늦게까지 협상을 했다. EU산 철강·자동차·의약품 관세 수준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27일 스코틀랜드로 이동하며 EU도 27일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날 오후 양측 정상이 관세 담판을 가질 예정이다. EU 측에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EU 당국자 등을 인용해 원칙적 무역 협정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까지 미국과 EU는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EU산 상품에 15%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항공기와 일부 의료기기 및 의약품·주류, 미국이 필요로 하는 특정 제조 장비 등에는 관세를 제한적으로 면제해주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무관세 할당량(쿼터)을 적용하고 그 이상에만 50%의 관세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U는 미국산 산업재와 민감도가 낮은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 수 있다. 또 미국과 경제안보 측면에서 협력하고 에너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국산 구매를 늘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미국 측은 신중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스코틀랜드 착륙 직후 ‘EU와 무역 협상에서 미해결 쟁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쟁점은 아마도 20개 사안에 관련돼 있다”고 답했다. 출발에 앞서서는 타결 가능성에 대해 “50대50의 확률, 어쩌면 그보다 낮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EU는 합의 불발에 대비해 보복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 24일 미국산 항공기·자동차·버번위스키 등 총 930억 유로(약 150조 원) 규모의 상품을 겨냥한 보복관세안을 확정했다. 불발 시 다음 달 7일부터 시행된다. 이런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러트닉 장관, 그리어 대표는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 경제 실세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과 3차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갖는다. 미국은 중국이 제재 대상인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과 고질적인 과잉생산을 놓고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미중이 맺은 것과 같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대규모로 수입하는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문제도 의제로 유력하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미국 내 틱톡 운영의) 통제권을 가질 것”이라며 “미국인이 알고리즘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틱톡의 매각 시한은 9월 17일까지다. 최근 FT가 중국이 미국의 수출 금지 대상인 엔비디아의 최신형 AI 반도체 B200을 3개월간 최소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어치 밀반입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다. 중국 전문 리서치 회사 시놀로지의 앤디 로스먼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관계에 꾸준히 긍정적으로 발언한 것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 합의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弱달러" 강조했지만…환율 상단 1400원 뚫을수도
경제·금융 경제분석 2025.07.27 18:00:4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달러화 약세를 거듭 강조하면서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미 통상 협상에서 환율이 의제로 올라와 있어 미국이 원화 절상(환율 하락)을 막판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음 달 1일 관세 협상 데드라인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증폭돼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이 14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25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1377.9원을 기록했다. 야간 거래에서는 138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5월 중순에는 1300원대 중반대를 보였지만 이후 추세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주에는 1370~1385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달러를 강조하는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약한 달러’가 아니라 ‘더 약한 달러(a weaker dollar, not a weak dollar)’”를 주장했다. 달러 가치가 무역 경쟁국의 통화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약해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달러를 가지면 아무것도 팔 수 없다”며 “나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환율 문제로) 정말 수많은 싸움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항상 약한 통화였다”고 말했다. 이어 “(약한 달러는) 관세의 가치를 훨씬 더 높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빚을 갚기도 더 쉬워지고, 낮은 금리를 얻기도 더 쉬워진다. 좋은 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31일로 연기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간 협상에서도 환율 문제가 어느 정도 수위로 거론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의 약달러 발언을 계기로 환율이 구체적인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은 단독 이슈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5일 통상대책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일본도 환율이 단독 이슈가 된 것 같지 않다”며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재무부와 기재부를 중심으로 늘상 협의 창구가 있는데 통상적인 채널과 협의 수준을 벗어난 환율만의 단독 의제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은 환율 개별 이슈보다는 전체적인 관세 협상 결과에 더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데드라인을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돼 단기적으로 환율이 1350~1420원 사이의 넓은 박스권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최근 거시지표(매크로)와 따로 움직이는 비정형적인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달러값)이 싸면 사들이고, 비싸면 팔리는 수급 중심 흐름이 뚜렷해 예측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이슈가 최대 변수로 일본에 부과된 15% 수준이 기준점이 되겠지만 우리나라는 무역 협상 준비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같은 수준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며 “15%를 초과하는 관세가 부과되면 환율이 다시 1400원대로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은 자산 시장 내 한미 금리 차와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퍼포먼스(시가총액 배율)를 고려할 때 현재는 거의 적정 수준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펀더멘털 요인과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를 감안하면 추가 하락 여지도 존재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하락 속도가 가파르지 않게 나타나면서 향후 2주간 1350~1390원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콜롬비아는 韓의 아메리카 대륙 공략 새 거점"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5.07.27 18:00:00“파병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우레아노 고메스 당시 대통령은 콜롬비아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했고 그렇게 5062명의 콜롬비아 용사가 6·25전쟁에 참전하게 됐습니다.” 6·25전쟁 종전일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인 27일이 콜롬비아에도 특별한 날인 이유다. 25일 서울 종로구 콜롬비아대사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알레한드로 펠라에스 로드리게스 주한 콜롬비아대사는 “콜롬비아의 6·25전쟁 참전 사실을 아는 콜롬비아인들은 특히 한국의 용산 전쟁기념관이나 부산 유엔군 묘지를 방문해 큰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고 전했다. 콜롬비아는 당시 유엔군에 합류해 6·25전쟁에 참전한 중남미 유일의 국가다. 오늘날까지도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 군 장교를 파견해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 이행에 기여하고 있다. 콜롬비아 참전 군인 5062명 중 214명이 전사 또는 실종됐고 610명은 부상을 입었다. 콜롬비아로 생환한 군인들 중 가장 젊은 이들이 90세 전후인 탓에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콜롬비아에서도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대한민국 국가보훈부와 함께 이들의 경험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또 보훈부와 함께 6·25전쟁 참전 군인들뿐 아니라 콜롬비아의 전·현역 군인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재활센터를 수도 보고타에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혈맹 관계인 양국 간에 앞으로도 경제협력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나의 세대와 달리 콜롬비아 젊은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품고 있다”며 “모든 콜롬비아 가정에서 한국 기업의 스마트폰·자동차·가전제품을 쓴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5000만 명 규모의 내수 시장에 그치지 않고 중남미 시장 ,더 나아가 북미 시장까지 공략할 전략적 거점으로도 눈여겨보라는 제안이다. 그는 “2016년 한국·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데다 콜롬비아의 저렴한 제조 비용도 강점”이라며 “콜롬비아의 에너지 섹터와 화장품·식품·의약품용 원료 시장도 한국 기업에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콜롬비아는 서반구 최대의 팜오일 생산국이자 세계 2위의 꽃 생산국이다. 커피·과일류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천연 추출물을 개발하는 콜롬비아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과 손잡길 희망하고 있다”며 “최고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과 협업하면 콜롬비아 기업들은 해외에서 빠르게 인증을 받을 수 있고 한국 기업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10억 명 소비자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겨냥한 철강·가전 수출 기지로서의 잠재력도 크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최근 4년 사이 콜롬비아의 대미 전자제품 수출은 2억 달러(약 2740억 원)에서 7억 달러(약 9590억 원)로 3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중·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관세 문제 때문에 수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콜롬비아를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FTA 덕분에 지난해 콜롬비아의 대한 수출액은 11억 8000만 달러(약 1조 6177억 원)로 전년 대비 43%나 급증했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5년 내로 충분히 20억 달러 돌파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아직까지는 전통적 수출 품목인 석탄·커피·생화가 대한 수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공 사례가 잇따라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으로 오메가3를 수출하는 한 콜롬비아 기업은 2023~2024년 사이 수출이 2배로 늘었고 한국으로의 반려동물 사료, 콜드브루 및 스페셜티 커피 수출도 증가 추세”라고 소개했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향후 대한 수출이 기대되는 품목으로 돼지고기, 아보카도 오일, 아사이(아마존 정글에서 나는 야자수 열매) 등을 꼽았다. 콜롬비아는 ‘한강의 기적’을 본뜬 ‘마그달레나강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 관계자들이 한강의 기적에 대해 물을 때마다 로드리게스 대사의 답은 같다. “‘기적’이 아닌 전 국민이 같은 목표를 위해 피땀 흘려 얻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한국 기업인들의 글로벌한 사고와 ‘빨리빨리’ 정신이 매우 큰 차이를 만들었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
[여명]천조국의 주적(主敵) 중국, 그리고 주한미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7.27 18:00:0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막가파식 룰 세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초강대국으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경제안보 인프라를 새롭게 까는 상황이다. 일본만 해도 관세를 낮추기 위해 무려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동남아시아 유일의 미국 동맹인 필리핀은 대통령이 미국으로 날아갔지만 상호관세를 고작 1%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동맹 프리미엄은커녕 무임승차의 대가로 혹독한 조공을 요구받는 실정이다. 동맹 페널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트럼프에게 ‘동맹을 내팽개치는 장사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미국은 필요에 따라 적과 친구를 수시로 바꿔왔던 나라다. 현재 미국 편에 서 있다는 주요 7개국(G7)만 놓고 봐도 미국과 직접 전쟁을 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심지어 일본은 원자폭탄까지 얻어맞았다. 그나마 프랑스가 예외인데, 현재는 유럽에서 가장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지금은 중국을 완전히 뭉개기 위해 혈안이지만 1970년대만 해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마오쩌둥을 만나 죽의 장막을 열었던 것 또한 미국(리처드 닉슨)이다. 트럼프가 동맹보다 국익·실리를 챙긴 원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특정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혐오나 상습적인 호감을 갖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뜻이다. 국제정치는 비정하고 이런 속성을 계보로써 보여주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방비가 연간 1000조 원이 넘는다는 ‘천조국’ 미국의 현재 주적(主敵)은 아시다시피 중국이다. 미국은 이 중국을 잡기 위해 유럽의 힘을 빼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가 걸핏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부르짖는 것도 중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때린 러시아에 대한 유럽과의 엇박자도 미국의 중국 견제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소련을 잡기 위해 중국을 끌어들인 것처럼 이번에는 중국을 잡기 위해 러시아가 필요한 게 트럼프다. 이런 배경을 알고 주한미군을 한 번 보자. 트럼프는 주적 중국을 잡기 위해 주한미군의 성격 자체를 바꾸기를 바란다. 미군이 가장 많이 주둔한 나라는 일본, 독일, 그다음이 한국이다. 하지만 해외 최대 미군기지인 평택은 서해를 통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것을 트럼프가 활용하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는 국내에서 진보 성격의 정권이 등장하면 으레 나오는 스테레오타입에 가까운 얘기다. 하지만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한 트럼프 체제의 미국이 이를 실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주한미군은 일본 재무장의 문제이자, 중국의 한반도 속국화 가능성의 문제기도 하다. 심지어 북한도 ‘미국과 일본이 100년의 원수라면 중국은 1000년의 원수’라는 말을 하고 있다. 중국이 두려운 북한도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 간 밀착도 북한의 기술 고도화라는 우려보다는 중국 견제라는 잣대에 무게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잊을 만하면 북한을 건드리는 것 역시 중국 견제라는 기준을 갖고 보면 더 선명해진다. 이런 맥락을 두루 감안하면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절실하면서도 유용한 잣대다. 미국은 중국 부상을 막기 위해 한반도가 중요하다. 더구나 우리는 무기도 잘 만드는 제조 강국이라 미국이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역으로 우리에게 미국은 틈만 나면 이웃을 해코지할 가능성이 큰 중국과 일본을 제어해줄 유일한 방패막이이자 거대 시장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웃이 약해야 유리하고 주한미군은 그런 맥락에서 힘의 균형추이자 지렛대다. 트럼프는 게임을 게임답게 할 수 있는 상대를 좋아한다고 한다. 예상을 깨야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을 주적으로 놓고 있는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이재명 정부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어야 한다. 관세 협상도 이게 알파요, 오메가일 수 있다. -
5500억弗 놓고 美日 '아전인수'…야당 "지뢰밭 될것"
국제 정치·사회 2025.07.27 17:59:25미일 무역 협상 타결에도 세부 내용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협상의 하이라이트인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기금을 놓고도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실행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대로 무역 협정이 체결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추가 협상을 위한 로드맵에 가깝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야당들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전날 여야 당수 회담에서 설명한 미일 관세 합의 내용을 두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위험한 느낌”이라며 “양국 간 해석 차이가 지뢰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도 “아무것도 확실히 약속되지 않았다”며 협상 타결 직후 자신이 내놓았던 긍정적인 평가를 철회한다고 덧붙였다. 양국 간 이견이 가장 뚜렷하게 표출되는 의제는 5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약속이다. 미국은 ‘5500억 달러’와 ‘90%’라는 숫자를 강조하면서도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이익을 나눌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 가운데 90%의 수익을 미국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다음 날인 23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의약품을 만들자’라고 하면 일본이 의약품 생산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그 이익의 90%를 미국 납세자가 갖게 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이시바 총리는 협상 타결 직후 여야 당수 회의를 통해 “일본무역보험·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일본수출입은행) 등 일본의 정부계 금융기관이 최대 5500억 달러 규모의 출자와 융자, 융자 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의 합의”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도 사업 진척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익 배분과 관련해서는 “출자 시 쌍방이 부담하는 공헌도와 위험도를 근거로 1대9로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출이 아닌 출자에 한해, 그것도 출자 비율(공헌도)과 위험도에 근거한다는 전제 조건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일반적인 주식회사의 투자 논리와 같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정상의 발언을 보면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실행 시기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측 협상대표를 맡았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협상을 마치고 일본 귀국길에서 “제한된 시간에 대통령과 얘기하느라 시점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지금까지 장관급 협상에서 벌여온 전제 위에서 타결된 만큼 8월 1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복귀 이후에는 자민당에 “최종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민간기업이 계약 베이스로 결정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해졌다. 민간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자체가 실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로 읽힌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26일 NHK에 출연해 5500억 달러 투자 시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출자에 따른 이익을 반씩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협상을 거치면서 일본 10%, 미국 90%로 바뀐 것과 관련해서도 “잃은 것은 겨우 수백억 엔 아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이 관세 인하를 통해 10조 엔(약 94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공동 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세를 낮출 (미국) 대통령령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압박 거래의 달인”이라고 말하며 미일 무역 협상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교섭 카드를 제안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끝이다, 그는 ‘대통령, 하나 더 좋습니까’라며 수십 번이나 제안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실제로 일본 정부가 낼 금액은 수조 엔(수십억 달러)에 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쌀 수입 의제를 놓고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백악관은 “일본이 즉시 조달량을 75%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증가 폭에 대해 “앞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관세 인하나 의무적인 수입을 뜻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 안에서 조달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읽힌다. 이 밖에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방위 장비를 일본이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는 미국 측 발표에 대해서도 “이미 결정된 방위력 정비 계획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과거 중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 약속이 실현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20년 중국은 관세 완화의 대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과 다른 상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지만 실제 이행률은 58%에 그쳤다. 미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미일 무역 협정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1990년대와 2000년대 맺었던 무역자유협정(FTA)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체결하고 있는 협정들은 사실상 추가 협상을 위한 로드맵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무역 전문가 윌리엄 라인시는 “(일본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무역 합의를 맺은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국가들도 무역 합의 조건에 대해 서로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
고환율에 비료값도 껑충… 농가에 부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27 17:57:22고환율 국면 장기화로 비료 가격이 올라 농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표한 ‘환율과 원료 가격이 농업투입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추세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비료의 원료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비료는 요소·인산이암모늄(DAP)·염화칼륨 등 핵심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결제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수입 단가도 함께 상승하고 이는 비료 가격에 반영된다. KREI에 따르면 2012~2020년까지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지만 2021년 이후 올 4월까지 평균 1289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환율이 시차를 두고 반영돼 비료 원료 가격은 한꺼번에 치솟은 뒤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요소 가격은 2020년 톤당 245달러 였지만 2022년에는 925달러로 3.7배 뛰었고 DAP는 같은 기간 톤당 388달러에서 954달러로 2.5배 올랐다. 문제는 한번 오른 비료 가격이 환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비료 제조 업체들은 외환 관리 능력도 취약하다. KREI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제조사 대부분이 순외환손실을 기록했다. 정부는 요소·DAP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무기질 비료 원료 구입 자금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상효 KREI 연구위원은 “비료 가격 안정기금 또는 가격연동형 보조제도 도입이 필요하며 환위험 공동 대응기금이나 전략 원료 비축 제도 확대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주미대사에 임성남·조병제·주중대사는 이광재 거론…李대통령, 4강 대사 인선 속도내나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7.27 17:56:50한미 관세 협상 타결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이른바 4강국의 주재 대사에 대한 인선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21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정식으로 취임하면서 대사 인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미 대사로는 임성남 전 외교부 1차관과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 전 차관은 외교부 북미과장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조 전 원장 역시 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와 외교부 북미국장 등을 역임한 ‘미국통’으로 꼽힌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이 대통령과 가까이서 호흡을 맞춰 온 정치적 중량감이 있는 인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주중 대사로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발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전 지사는 2011년부터 중국 칭화대에서 방문 교수로 머무르면서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교류한 바 있고 2021년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지냈다. 주일 대사의 경우 한일미래포럼 대표인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변수로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비즈니스 '기본' 흔드는 노조법…한국GM 철수에 기름 부을수도
산업 기업 2025.07.27 17:53:02여당이 밀어붙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외국인 투자 기업 역시 강력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 노조법이 미국의 관세 폭탄(25%)에 내몰린 한국GM의 철수설에 불을 지를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2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 심사할 노조법 개정안에 따라 ‘노동쟁의의 조건(제2조 제5호)’이 변경되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 기업도 경영 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행법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려면 임금과 근로조건, 복지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관련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법률안이 민주당 의도대로 바뀌면 쟁의의 개념이 ‘근로조건’ 자체가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노조는 징계와 부당 해고, 해고자 복직 요구에서 나아가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현재의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경영진의 판단까지 쟁의행위에 포함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려 한국에 투자했는데 노조법 개정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마다 파업의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을 포함해 외투기업들의 모든 사업을 계약서에 기반해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자 불문율처럼 자리 잡혀 있다. 미국은 연장 근로시간을 국가가 규제하는 한국과 달리 사용자와 근로자 간 계약으로 정할 정도로 계약서 기반의 노사 관계를 지향한다. 이 때문에 노조법이 개정되면 노조와 불화로 송사에 휘말리며 최고경영자(CEO)가 출국 금지까지 됐던 한국GM으로서는 최악의 경영 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량의 약 90%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은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국내 사업 철수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노조법이 개정되면 한국GM은 근로계약을 맺지도 않은 1차 협력사 251곳의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이 한국GM 철수에 완전한 명분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주한 외국인 투자 기업 439개사(응답 100개사)를 상대로 ‘국내 노동시장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국계 기업 10곳 중 8곳(81%)은 중장기 사업 계획 수립 시 한국의 노사 관계와 노동 규제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외투기업들은 △상급 노조와 연계한 정치 파업(35.0%) △사업장 점거 등 파업 행태(26.0%)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활동(18.0%)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관세협상 카드라더니…"조선·반도체·철강 1년 내내 쟁의할 판"
산업 기업 2025.07.27 17:50:41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4일을 데드라인으로 못 박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3조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약 108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민주노총의 ‘대선 청구서’가 있다. 민주노총이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이름 붙인 노조법 개정안은 2012년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 당시 불법 쟁의행위를 한 노조 간부가 15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내몰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건 등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법안이다. 소송에 직면한 근로자를 돕기 위해 노란 봉투에 돈을 담아 보낸 데서 나아가 아예 법으로 손해배상을 막자는 취지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한 노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단독 의결해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은 폐기됐다. 이에 노동계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노조법 개정을 압박했다. 노동계가 최우선 법안 처리를 촉구하자 민주당은 새로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숙의할 틈도 없이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경제계에서는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속전속결 법안 처리 방침에 “무책임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1년 내내 산업 현장이 분쟁으로 점철될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의 엄청난 파괴력을 가볍게 보고 있어서다. 재계는 노동계 요구대로 노조법 2조 2항의 사용자 범위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되면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이 수직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노조법이 현행대로 개정되면 부품을 납품하거나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사업장 내에서 다른 작업을 하는 협력사 소속 근로자들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원청이 협력사의 단체교섭 요구를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법 제81조 3호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전자·자동차·철강·조선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이 직면할 단체교섭 요구는 적게 잡아도 수백 건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1차 협력사만 1806곳, 현대차·기아는 국내 374곳(해외 1120곳), 현대제철은 597곳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도 부품 협력사만 각각 2503곳, 1663곳에 달한다. 특히 조선은 도급 등을 통해 같은 사업장 내에서 다른 사업을 하는 간접고용으로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오션(68.1%)과 삼성중공업(63.4%)의 간접고용 비율은 60%를 넘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 7개사와 같은 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협력사는 약 700곳, 블록 납품 등을 위해 사업장 밖에 위치한 협력사는 1000여 곳에 이른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각 협력사가 단수 노조라고 가정해도 많게는 1000곳 이상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원청 기업은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들은 매년 자사 노조와의 단체교섭도 이해관계가 복잡해 난항을 겪는다. 특히 매년 수백 곳의 협력사와 단체교섭을 할 인력이나 역량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현장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 몇 곳만 파업으로 부품 생산을 멈추면 완제품 생산은 물론 수출도 멈춘다”면서 “한국 기업의 장점인 납기 준수 능력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법 개정안에서 노동쟁의의 개념(제2조 제5항)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확대되는 것도 기업 경영에 엄청난 장애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은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해서만 파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바뀌면 기업의 투자 결정 등 경영 판단도 쟁의 대상이 되고 해석에 따라 소위 ‘정치 파업’도 가능해진다. 더욱이 불법 쟁의가 생겨도 개정안 3조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가 금지되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조차 없다. 일각에서는 노조법 개정안 취지가 노란봉투법에서 민노총 ‘세(勢) 불리기 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협력사들이 단체교섭 요구권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상급 노조에 가입하려는 근로자 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백악관 "韓과 생산적 협상중"…조선이 돌파구 되나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7 17:50:10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 시한(8월 1일)을 하루 앞두고 한미 양국 재무 수장이 워싱턴에서 최종 담판에 나선다. 아직 협상 타결 소식은 없지만 조선업 협력을 고리로 양국 간 고위급 협상이 이어지면서 막판 합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만나 통상 현안을 최종 조율한다. 당초 회동은 25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베선트 장관의 일정으로 연기됐다. 양측은 상호관세 문제뿐 아니라 양국 간 경제협력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24∼25일(현지 시간) 이틀 연속 협상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양국 산업장관은 워싱턴DC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만난 뒤 다음날에는 뉴욕 러트닉 장관의 자택으로 옮겨 논의를 이어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동석했다. 비록 타결에는 실패했지만 조선업 협력이 협상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조선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협력 카드를 앞세워 막판 설득전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지 조선 산업에 직접 투자를 결정한 일본과 달리 현지 건조,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도 26일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협상 테이블에는 △투자 △농산물 △디지털 무역 등의 현안이 올라와 있다. 조선업 협력 카드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는 구 경제부총리와 베선트 장관 간 만남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실무진이 논의한 사안들을 최종 점검하고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유럽연합(EU)·중국 등과 잇따라 무역협정을 맺은 뒤 열릴 협상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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