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값 상승과 미국채 금리 인하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일학개미(일본 증시 상품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오랜 투자 손실에도 ‘물타기’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재정 확장 정책에 대한 우려, 지지부진한 미국채 금리 움직임으로 이들의 수익률 회복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 상장된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종목번호 2621)’ 보관액은 17일 기준 6억 1543달러(8361억 원)로 집계됐다. 이달 초 6억 5766만 달러 대비 약 6.4% 줄어든 규모다. 해당 기간 2621 ETF 가격이 1좌당 1118엔에서 1061엔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는 2621 ETF를 813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들은 지난달 2621 ETF 가격이 소폭 오름세를 보였을 때는 상품을 순매도했는데, 가격이 올해 고점(1193엔)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하락 전환했음에도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다.
2020년 말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2621 ETF는 일본 블랙록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상품으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국채를 집중 투자한다. ETF 매수시 엔화로 환전해 투자돼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미국채 가격이 상승(금리는 하락)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엔화와 미국 달러의 환율 변동성을 환헷지한다는 특징 때문에 높은 위험 부담을 선호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2621 ETF는 2023년 중순 일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에 오른 뒤 같은 해 말부터 현재까지 2년 반 동안 압도적인 보관액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부각되면서 미국채 금리가 오히려 지난해 초보다 올랐다는 점이다. 이에 2621 ETF 가격은 2023년 말 1좌당 1369엔에서 이달 18일(1068엔)까지 약 22% 떨어졌다. 여기에 올 4월 100엔당 1000원을 넘기기도 했던 원·엔 환율이 다시 950원대로 떨어진 점도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률을 키우는 원인이다. 이를 고려하면 2621 ETF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라면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손실 구간에 위치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채와 엔화의 안전자산적 투자 매력도가 약해짐에 따라 2621 ETF의 투자 손실 기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9월부터 향후 1년간 4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은 동일하다”면서도 “미국 재정이나 물가에 대한 시장의 의심을 감안하면 금리가 당장 크게 하락할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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