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관세 정책 대응을 위한 미주 가전 공급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적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수입산 철강으로 만든 세탁기와 건조기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리스크가 커지자 국가별 생산기지의 물량을 조정하는 ‘스윙 생산체제’ 기반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시장 주도권을 지키는 한편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남미 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목적도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키친솔루션사업부장인 백승태 부사장은 최근 브라질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또 브라질 파라나주 신공장 부지를 찾아 주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공장 건설 상황을 챙겼다. 파라나 신공장은 LG전자가 작년부터 약 4000억 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현지 두 번째 생산 거점이다.
지난해 8월 첫삽을 떴고 내년 2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공장은 77만 제곱미터(㎡) 규모로 냉장고를 중심으로 한 주방 가전을 우선 생산하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세탁기와 건조기 등 생산 품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첫 번째 생산거점인 마나우스 공장이 TV와 모니터·에어컨·오디오까지 다양한 품목을 생산해왔다면 신공장은 백색가전에 생산 물량을 집중했다.
브라질 가전공장 증설은 일차적으로 중남미 사업 현지화를 위한 것이다. 중남미는 인구 증가율과 소득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며 가전 보급률이 급증하고 있다. 가전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른 선진국과 달리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신규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브라질 가전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5.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9년까지 브라질을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3%로 전망했다. 기존 주요 수출국인 북미(3.6%)와 유럽(3.9%) 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남미 시장 공략 확대 의미도 담겨 있다. LG전자는 최근 미주 거점과 관련해 미국 테네시, 멕시코 레이노사·몬테레이·라모스, 남미의 브라질 마나우스·파라나 등 삼원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베트남 하이퐁에 있던 냉장고 생산 설비의 가동률을 낮추고 감축분을 몬테레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테네시 공장 인근에 5만㎡ 규모의 대규모 창고를 조성하고 있다. 향후 관세 상황에 따라 창고 부지를 냉장고 및 오븐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지 공장 증설을 위해선 일정 시간이 필요한 만큼 관세 정책 진행 상황에 따라 브라질 신공장을 대안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칠러 등 신사업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LG전자의 시스템에어컨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은 올 초 현지에서 칠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브라질에 신규 법인을 설립했다. 하이엠솔루텍은 LG전자의 상업용 에어컨 설치와 유지·보수 서비스를 담당하는 100% 자회사로 칠러를 중심으로 한 종합 턴키(일괄 생산) 수주의 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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