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규제특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일본의 사례처럼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수도권에도 특구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6일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일본 국가전략특구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일본은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목표로 국가전략특구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규제특례를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을 정하고 규제 혁신과 세제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일본의 국가전략특구는 총 16개 구역으로 도쿄권(수도권)과 간사이권(오사카·교토 등), 후쿠오카시 등 대도시 지역을 포함해 전국에 골고루 지정됐다.
보고서는 일본 국가전략특구의 성공 요인으로 총리 직속 컨트롤타워, 도쿄권 포함, 수요자 중심의 신규 규제특례 창설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일본은 중앙정부의 강력한 하향식 추진 체계로 국가전략특구를 시행하고 있다. 총리를 의장으로 ‘국가전략특구 자문회의’를 설치해 내각부에 특구담당대신(장관)을 두고 경제산업성·문부과학성 등 관계부처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도쿄권에도 국가전략특구를 지정해 용적률, 용도 변경 등 토지 이용 규제와 공장 신·증설에 필요한 녹지율 규제를 완화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사업자가 규제특례를 제안하고 이후 검토를 거쳐 신설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함께 두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한국의 규제특구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중소벤처기업부(규제자유특구),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기회발전특구) 등으로 분산된 특구 관리 권한을 통합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울이 외국 기업 유치 등을 위해 아시아 주요 도시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쿄권의 용적률·녹지율 규제 완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경제자유구역을 제외한 규제자유특구·기회발전특구 등 주요 특구 제도에서 수도권을 배제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규제특구는 단단히 고착된 암반 규제를 뚫을 수 있는 혁신적 정책 실험장”이라며 “새 정부에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비롯해 기술 발전과 산업 현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 혁신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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