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케이뱅크의 주관사단 경쟁 입찰에 미래에셋증권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 공모주 한파 속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책정에 따른 부담과 케이뱅크가 수차례 주관사단 ‘물갈이’에 나선 점이 미입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케이뱅크는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약정에 따라 내년 7월까지는 증시 입성을 마쳐야 하지만 최근 대형 공모주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관건은 추후 기업가치 산정 및 공모가 추산 과정에서 비교군(피어 그룹)에 들 가능성이 높은 경쟁 기업 카카오뱅크의 주가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30일 마감된 케이뱅크 상장 주관사단 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9일 KB·NH투자·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증권 등 5개 내외의 국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고 상장 주관사단 재선정에 나섰다. 케이뱅크의 IPO 추진은 이번이 세 번째로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 상장에 도전했다가 수요 부진 등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 RFP를 받은 이외 증권사는 모두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미응찰의 배경으로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잇따른 주관사단 변경에 따른 논란이 꼽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IPO 도전 당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기준 시가총액이 3조 9586억~5조 원이었고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9840억 원이었다. 올 들어 기관 수요 부진으로 IPO 추진을 철회한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의 밴드 기준 시가총액인 4조 1039억~5조 6634억 원 및 공모 금액 1조 1399억~1조 5731억 원과 규모가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얼어붙은 시장에서 1조 원에 달하는 공모 자금을 모으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관사단 변경 이력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세 번째 IPO 도전에 나서는 과정에서 두 번에 걸쳐 주관사단을 재선정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주관사단은 2022년에는 NH투자증권·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JP모건이었고 지난해에는 NH투자증권·KB증권·뱅크오브아메리카(BofA)였다. 업계 내에는 케이뱅크가 IPO 무산에 따른 책임을 주관사단에 돌리고 ‘물갈이에 나서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원하는 밸류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관사단 교체 이력이 미래에셋증권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세 번째 IPO 도전은 ‘속도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지분을 투자한 FI와의 약정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2021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 JS프라이빗에쿼티, 컴투스 등 FI와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케이뱅크가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않을 경우 FI는 동반매각청구권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주주 비씨카드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빠르게 상장을 마쳐야 한다. 풋옵션과 관련해서는 최근 롯데그룹이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 무산에 따라 FI에게 약 3800억 원을 지급한 전례가 있다.
추후 관건은 경쟁 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향방이다. IPO 추진 기업은 추정 기업가치와 희망 공모가 밴드를 산출해내는 과정에서 사업 유형과 규모 등이 비슷한 경쟁 기업을 피어 그룹으로 선정하게 된다. 금융업 특성상 주가순자산비율(PBR)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유력한데,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021년 9만 440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이날 종가 기준 2만 4050원까지 떨어져 있다. 카카오뱅크는 사업·규모의 유사성 등을 고려할 때 비교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케이뱅크보다 자산 규모나 성장 속도가 빠르다.
IB 업계 관계자는 “FI와의 약정을 고려하면 이번 상장 추진을 접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밸류 조정이 어렵다면 결국 대형 공모주 시황이 회복되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