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운용사들이 부동산 자산 뿐만 아니라 부동산 운용사 지분에도 투자하며 수익원을 넓히고 있지만, 국내 운용사들은 경직된 법과 투자 관행 때문에 기회가 있어도 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대형 부동산 운용사들은 해외 부동산 운용사 지분 인수를 희망하고 있으나, 부동산 자산에만 투자하게 한 자본시장법과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사실상 이를 포기했다.
자본시장법과 부동산투자회사법은 부동산 자산이나 관련한 리츠,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만드는 특수목적회사(SPC)지분 증권 등을 제외하면 부동산 운용사에는 투자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운용사 투자는 기업 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모펀드(PEF)나 금융기관이 직접 자기 자본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금융당국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한 운용사가 또 다른 운용사를 인수하며 같은 업종으로 여러 개 인가를 갖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법은 부동산 운용사가 다른 운용사 지분에 투자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고, 국내 기관투자자 역시 투자 자산별로 조직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운용사에 출자하는 부서에서 부동산 운용사 투자를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서 “해외 부동산 운용사 인수를 통해 위험을 낮추고 추가 수익을 거둘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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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부동산투자실 아래 부동산플랫폼투자팀을 신설해 미국의 스톡브릿지, 호주의 메트릭스크레딧파트너스 등 부동산 운용사 소수지분을 투자해 주주가 됐다. 국민연금은 영국의 사모펀드(PEF) BC파트너스와 미국의 사모신용펀드(PDF)인 HPS인베스트먼트 등에 투자했는에 그 대상을 부동산 전문 운용사로 넓힌 셈이다.
보험사 역시 대체투자 확장을 위해 부동산 운용사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영국의 세빌스IM, 프랑스의 메리디암 등의 지분을 인수했고, 추가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해외 부동산 운용사에 투자하기 위해 검토중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형기관투자자인 연기금과 보험사, 운용사 등이 헤외 부동산 운용사 투자에 나선 것은 글로벌 운용사의 전략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기업에 투자하는 일반 PEF와 부동산 전문 운용사의 구분이 크지 않아 필요에 따라 일반 PEF 전략을 취했다가도 부동산 운용사와 부동산 자산 투자를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 캐피탈랜드 인베스트먼트는 호주의 원게이트 그룹 홀딩스의 부동산 및 기업 신용대출 사업부문을 인수했고, 일본의 부동산 운용사 SC캐피탈 파트너스 지분 40%를 사들였다.블랙스톤은 미국 쇼핑센터 자산과 운용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리테일오퍼튜니티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워버스핀커스는 2017년 싱가포르계 부동산 운용사인 ARA의 주인이 되면서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운용사 지분을 인수하면 운용자산의 규모만큼 관리 보수와 성과 보수를 키울 수 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자산에 대한 투자가 식으면서 부동산 운용사에 낮은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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