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SK온 등 국내 배터리 삼총사의 차입금이 올 1분기에만 7조 원 넘게 급증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에 공장 가동률과 실적은 계속 추락하고 있지만 소위 ‘포스트 캐즘’ 시기가 오면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다걸기’에 나선 형국이다.
18일 각 사가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SK온의 차입금 합계는 3월 말 기준 49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2조 5000억 원)과 비교해 석 달 만에 7조 1000억 원이 늘었다. 기업별 차입 규모는 SK온이 20조 390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LG에너지솔루션 17조 6126억 원, 삼성SDI는 11조 6155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배터리 3사는 차입금을 늘려 북미·유럽 등 해외 공장 증설에 투입하고 있다. SK온은 차입금이 올 1분기에 4조 7910억 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른 정부 대여금이 6조 3304억 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JV)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 1·2공장과 테네시 공장 등 총 3개 공장을 미국에 짓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공동 투자한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공장 역시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이 한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차입금이 2조 2220억 원 늘었는데 원화 회사채 1조 6000억 원 등을 조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확보한 자금은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건설하고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배터리 공장 등 북미 생산시설 투자에 집중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1분기 377억 원 수준으로 차입금 증가 폭이 가장 작았지만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1조 7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자금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한 미 인디애나 공장 건설과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업계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R&D 투자 역시 늘리고 있다. 1분기 배터리 3사의 R&D 투자는 총 742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증가했다. 삼성SDI가 올 들어 3570억 원으로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각형·원형 전지, 전동공구 및 모빌리티 원형 전지, 전력저장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지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용량 확대, 제조 공정 안정화 등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자동차 전지와 스마트폰·e모빌리티·전동공구 등 소형 전지, 전력망·주택용 ESS 등 개발에 3075억 원을 투입했다. SK온의 R&D 투자비도 지난해 1분기 703억 원에서 올 1분기 776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정체로 업체들의 가동률은 계속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가동률은 2023년 69.3%, 2024년 57.8%에 이어 올 1분기 51.1%까지 떨어졌다. 삼성SDI의 소형 전지 가동률은 지난해 58%에서 올 1분기 32%로 급락했다. SK온은 지난해에 이어 1분기에도 절반에 못 미치는 43.6%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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