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화한 것은 19년 연속 왕좌를 이어왔던, 굳건했던 TV 사업마저 어려운 현실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중국 업계가 원재료부터 완제품 시장에서 삼성 TV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고 올해 초 본격화한 트럼프발 통상 위기는 하반기 경영 시계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TV 등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와 디지털가전(DA)사업부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3000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약 5000억 원) 대비 약 40% 줄었다. 백색 가전을 담당하는 DA사업부의 적자가 포함됐지만 일각에서는 VD사업부의 영업이익이 1조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통상 1분기가 TV 사업 비수기임을 고려해도 1조 원을 밑도는 실적은 어려운 TV 비즈니스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실적 악화에는 TV 수요 약세와 경쟁 심화 등도 있지만 중국 업계가 틀어쥔 액정표시장치(LCD) 공급망 구조 또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초 트럼프발 관세정책과 중국 정부의 TV·가전 구매 지원 정책이 겹치며 핵심 부품인 LCD 조달 비용이 높아진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월 85인치 TV용 LCD 패널과 75인치 패널 가격은 각각 4달러, 3달러 상승했다.
공급망 리스크는 중국이 LCD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국 패널 기업들이 춘제와 같은 명절을 구실로 공장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면서 이들의 생산계획에 삼성전자의 비용 구조가 좌우되고 있는 것이다.
19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에서 1위 차지하며 쌓아온 자신감도 예전 같지 않다. 2023년 30.1%였던 매출 기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8.3%로 내려앉았다. 수량 기준에서는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을 넘어서며 내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올해 초부터 불거진 트럼프발 관세정책 변수가 이어지는 것 또한 부담이다. 삼성은 전 세계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물량을 이전하는 데는 설비투자 등 비용이 뒤따른다. 노경래 삼성전자 VD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와 하반기 역시 미국 관세 영향 등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십 년 회사를 다녔지만 비상경영을 선언한 적은 총 두세 차례 정도로 꼽는다”며 “다양한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며 내부 위기감이 전에 없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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