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전국 최대 표밭인 경기도를 찾아 도지사 시절 일궈낸 성과를 부각하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특히 경기지사 출신 맞수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을 거론하며 “김문수가 광교신도시를 개발하고 한 번이라도 수사를 받거나,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고 견제구도 날렸다. 김 후보는 또 수도권·충청권 지역민들의 숙원이자 집값과 직결된 광역교통망 확충, 중앙행정기관 이전 등 공약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행정 능력 앞세워 ‘일 잘하는 대통령감’ 부각
김 후보는 이날 경기 성남 판교역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수원, 화성 동탄, 충남 천안, 충북 청주, 세종, 대전으로 이동하며 릴레이 유세를 했다. 8년간 경기도지사를 지낸 그는 대표적 도정 성과를 하나하나 읊으며 ‘일 잘하는 준비된 대통령감’을 자처했다. 김 후보는 수원 지동시장 유세에서 “수원은 자랑스러운 삼성전자 본사가 있고 용인·동탄·평택에도 삼성이 있다.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단지 120만 평을 제가 만든 것 아시냐”며 “천년을 가진 멋진 도시를 만들고자 다짐하면서 오늘의 광교신도시도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 이뤄진 대장동 개발을 언급하며 “대장동의 10배 이상 큰 도시를 만들었지만 구속되거나 문제가 생겨 갑자기 의문사한 공무원이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제가 광교신도시에서 일하다가 돈을 받았다거나 제 아내가 법인카드를 썼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신고하시라”고 했다. 행정가적 수완을 내세우는 동시에 이 후보가 재판 중인 대장동·백현동 비리 의혹을 꺼내 들며 자신의 청렴성을 부각한 것이다.
김 후보는 이어진 동탄 유세에서도 “대장동은 30만 평밖에 안 된다. 나는 동탄, 고덕, 판교, 광교 등 수십 배 많은 신도시를 개발했고 GTX(광역급행철도)도 내가 경기지사일 때 뚫었다”며 “그런데 김문수가 수사를 받았다는 소리를 들어보셨느냐”고 이 대표를 향해 공세를 폈다. “어떤 후보는 자기가 장가가서 애도 있는데 ‘나 총각이오’ 이래서 여배우를 농락하고, 그 여배우가 계속 들고일어나는 거 알지 않느냐”며 이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 의혹까지 직격했다.
“30분 출퇴근 혁명 일으킬 것” 교통 공약 제시
김 후보는 GTX와 순환고속도로망 구축 등을 토대로 전국 어디서든 ‘30분 출·퇴근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김 후보는 “수도권의 인구 급증과 1·2·3기 신도시 건설로 교통 체증이 심화돼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기존 순환망을 지하로 집어넣고 새로운 축을 만들어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경기지사 시절 추진했던 역점 사업인 GTX를 수도권을 넘어 일부 지방으로 대폭 확충하는 ‘GTX로 쫙 연결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먼저 수도권에서 추진 중인 GTX A·B·C 노선은 임기 내 모두 개통하고 D·E·F 노선은 임기 내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인천공항에서 경기 포천을 잇는 G노선 추가를 검토하는 한편 현재 추진 중인 충청권 CTX(대전~세종~청주공항)를 포함해 충청·대구경북·부울경·호남 등 전국 5개 광역권에도 GTX를 신설해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6개 순환 고속도로망 674㎞’를 완성해 만성적인 교통 정체를 해소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서울 내부순환로 북부 구간과 강변북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일부를 지하화·연결하고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연결 구간,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등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별 교통카드 정책을 통합하는 월 6만 원 전국 통합 대중교통카드(K-원패스), 65세 이상 고령층 대상 버스 무임승차 제도, 농촌용 우버 도입 등도 공약했다.
“행정수도 완전 이전해 세종 메가시티 구축”
중도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중원에서는 행정수도 완전 이전과 세종 메가시티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충청권 공약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세종 국회의사당 이전 부지에서 “국회의사당을 완전히 세종으로 이전하고 대통령 제2집무실 건립 기간도 앞당기겠다”며 “서울에 있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 7곳과 행정위원회 4곳도 여기로 다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천안·대전·청주 등을 관통하는 충청도판 GTX인 ‘CTX’를 완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김 후보는 “오송역에서 내려 이곳까지 차를 타야하는데, 이런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종에 민간기업, 대형백화점 등 문화·상업 시설을 마련하고 특목고와 대학교 유치도 지원하겠다”며 ‘행정수도 메가시티 조성’ 계획을 제시했다. 이외에 충북 등 중부내륙 지역 발전을 위해 제정된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중부내륙 특별법)’ 특례 조항 확대하는 한편, 대전에 양자클러스터 및 인공지능(AI) 기반 융합 혁신센터를 구축하고 충북에 AI와 첨단바이오가 융합된 ‘K-바이오 스퀘어’를 조성하는 등의 지역 맞춤형 산업 발전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청주 유세에서도 “대통령이 되면 청주 바이오 단지가 확실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R&D(연구·개발) 예산을 확실히 밀어드리겠다”면서 청주국제공항 민간 전용 활주로 건설과 지방대학 발전, 각종 규제 완화 등을 약속하며 충청권 유권자들을 향한 구애를 이어나갔다.
국힘, 지지율 열세에 ‘비상 총동원령’
국민의힘은 지지율 열세를 뒤집기 위해 당 총동원령을 내렸다. 윤재옥 총괄본부장은 이날 선거대책본부 소속 의원들에게 주말 전원 지역 유권자들을 만날 것을 요청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에도 적극 나서달라고 독려했다. 국민의힘 역대 최연소 사령탑에 오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서울 강남구 선릉역에서 1인 유세를 벌이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이 처절히 반성하고 쇄신하겠다”며 “김문수 정부를 만들어주면 저성장을 해소하고 규제 개혁과 연금개혁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후보는 17일 광주를 방문해 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다만, 전야제는 물론 이튿날 광주에서 열리는 5·18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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