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산업의 지속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순환자원의 재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정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2030년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순환자원의 시멘트 원료 재활용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12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가 개최한 ‘3RINCs(The 3R international scientific conference on material cycles and waste management) 2025 국제학술대회'에서 "혼합 폐기물 선별을 통해 재료 재활용과 열분해 및 에너지 회수를 확대해야 한다”며 “시멘트 시설의 역할은 가연성 폐기물의 안정적 관리 및 에너지 회수를 위해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열린 학술대회에는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20여개국 폐기물 자원순환 분야 전문가 약 500여명이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폐기물 순환자원화 추진 방향 등 국내 시멘트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3RINCs는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일본 물질순환과폐기물관리학회와 태국 고형폐기물관리협회(SWAT), 인도 국제폐기물관리,공기 및 수질협회, 호주 ARC산업변환 연구허브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기타 폐기물 관리 전문가 그룹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국제회의다. 한일 폐기물학회의 협력으로 2014년 일본 교토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2015년 한국 대전에서 열린 2차 국제학술대회부터 국제학술대회로서의 위상이 높아졌다.
참석자들은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탄소중립, 자원순환, 재생원료의 사용 등에 관한 정보와 기술을 공유했다.
쓰레기 2500톤씩 쏟아지는데…주목받는 시멘트 재활용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가연성 폐기물 발생량은 약 4100만 톤에 달한다. 이 중 총 320만 톤이 매립되는데 생활 폐기물 매립량은 200만 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140만톤은 가연성 폐기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폐기물 매립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2030년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쓰레기 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수도권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겨 배출되는 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 257톤이다. 이 중 재활용되는 양은 1817톤이고, 소각과 매립은 각각 5745톤, 1692톤이다.
문제는 매립이 허용되지 않으면 이를 처리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23년 공공소각장의 하루 처리량은 6458톤에 불과해 직매립 금지로 추가 처리해야 할 폐기물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연성 폐기물의 시멘트 산업 재활용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시멘트 업계도 탄소감축을 위해 화석연료인 유연탄 대체연료로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폐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폐기물 연소과정에서 독성 화학물질인 염소 배출 등 환경문제로 순환자원 재활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 소장은 “가연성 폐기물 관리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가연성 폐기물 처리 기업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관련 인프라의 안정적 구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 위기 발생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어 가연성 폐기물 발생량 및 처리량, 시멘트업계, 소각로 등의 폐기물 처리량 통계를 분석해 안정적인 시장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가연성 폐기물은 지방 소각장에서 500만 톤, 시멘트 시설에서 252만 톤, 민간 소각장에서 248만 톤이 처리됐다. 2020년 대비 시멘트 생산시설의 처리량은 약 90만톤 증가해 시멘트 산업이 폐기물 처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홍소장은 “가연성 폐기물의 직접 매립 및 소각은 금지돼야 하며, 혼합 폐기물 선별을 통해 재료 재활용, 열분해 및 에너지 회수를 확대해야 한다”며 “시멘트 시설의 역할은 가연성 폐기물의 안정적 관리 및 에너지 회수를 위해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용 걸림돌 ‘염화물’ 극복 기술 ‘속도’
석탄재, 슬래그,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폐기물을 연소 하는 과정에서 유독성 물질인 염소계 물질이 발생해 환경 오염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알칼리 성분이 킬른(소성로) 내부에 축적돼 시멘트 품질 저하, 설비 부식․막힘 등의 부작용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학계에서는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염소계 물질을 재활용하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염화칼륨 회수, 중금속 제거, 탄산염 무기화, 시멘트 원료 재활용 등 기술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정을 통해 염소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염소 바이패스 분진(먼지)을 재활용한 주요 기술로는 △ 염소 분진을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원료 재사용 △ 물 세척 및 재활용 통해 염소를 제거하는 전처리 후 재활용 기술 △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통해 탄산칼슘 생산 후 기존 클링커와 교체하는 탄산화 기술 △ 탄산화 공정 후 무기 탄산염과 고농도 염화칼륨(KCl) 동시 회수 기술 등이다.
배 교수는 “탄산화 반응을 통한 KCl 회수 및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며 “비료 산업에서 중요한 원료인 염화칼륨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것은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아 자원 순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술인 만큼 재활용 극대화 및 자원의 효율적 이용, 외부 자원 의존도 감소에 매우 적합한 기술”이라고 호평했다.
이날 학술회의에 참석한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훨씬 적은 비용이 소요되는 유연탄 대체 순환자원 재활용, 저탄소 혼합 시멘트 확대, 바이오매스 연료 사용 등은 이미 유럽 내에서 연간 약 3000만톤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 시멘트 산업은 이미 높은 기술 전문성과 품질 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어 자원 재활용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석완 한국폐기물순환자원학회 회장은 "국내 시멘트 업계가 수십 년 동안 우수한 시멘트 품질을 유지해 온 경험을 토대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시멘트 산업에서 확인된 바 있는 시멘트 제조공정상 폐기물의 안정적인 연료화에 동참하고 있다"며 "특히 시멘트 킬른에 순산소 연소기술(Oxy Fuel)을 적용하는 등 대체연료의 효과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이번 3RINCs 참여를 계기로 향후 폐기물자원순환학회와 다양한 협업을 통해 시멘트 산업에서의 안전하고 실효성 높은 자원순환 프로세스를 확립시키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며 "폐기물자원순환학회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언을 바탕으로 종래 굴뚝산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원 순환 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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