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 기 속 국내 바이오테크 중소기업들이 자금 유치를 위해 해외에 신설 법인을 따로 세우는 ‘뉴코(NewCo)’ 모델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다만 뉴코 모델은 국내에서 육성한 핵심 기술과 지분이 고스란히 해외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구조인 만큼 기술 유출에 대한 대한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27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투자금은 38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3890억 원) 2.08% 줄었다.
바이오테크 중소기업의 투자 환경은 코로나 19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1년 1조 6770억 원이었던 신규투자금은 2022년 1조 1058억 원, 2023년 8844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해 1조 695억 원으로 소폭 회복했지만 전체적인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국내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 있음에도 임상 이전 단계에서는 투자 유치가 사실상 막히면서, 기업들은 뉴코 모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뉴코는 원천 기술이나 자산을 분리해 별도의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특정 파이프라인 등 기술만 담은 법인이기 때문에 지분 구조가 명확하고, 투자 받는 기존 본사의 부채나 경영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실제 중국 바이오테크 업계에서도 해당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융싱증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중국 기업이 체결한 뉴코 거래는 최소 13건이고, 누적 거래 규모는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항암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A 스타트업 대표는 “규모 있는 바이오 기업들의 잇단 임상 실패로 국내 투자자들이 임상 이전 단계 기술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임상 1상조차 진행하지 못한 파이프라인 투자는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뉴코는 생존을 위한 유일한 출구 전략”이라고 말했다. 장기 투자에 대한 기피 현상도 뉴코 모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바이오테크 B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선호해 사채업자에게 채무를 진 것 같은 압박감을 받는다"며 “임상과 상업화까지 장기간 걸리는 바이오테크 기술 특성상 국내 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아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국에서 국내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항암제 등 특정 파이프라인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는 투자 유치가 워낙 어렵다보니 올해 초부터 뉴코 설립 관련 컨설팅 등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뉴코 설립을 지원하는 자문업계도 관련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바이오테크 신규투자금이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우수 파이프라인만이라도 자금을 지원 받기 원한다”며 “미국, 서유럽, 일본, 중동 등에서는 국내 바이오테크 기업과 협업하려는 투자수요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뉴코 구조가 국내 기술 유출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참여형으로 진행되는 뉴코는 글로벌 빅파마의 인수합병(M&A)에 최적화된 투자 형태”라며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면 국내 바이오 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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