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과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이 동시에 줄어드는 이례적 현상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음식료품 소매판매지수와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부터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 음식료품과 외식 소비는 한쪽이 줄면 다른 쪽이 늘어나는 보완적 관계를 보여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에는 외식이 16.0% 급감했지만, 집밥 수요가 늘면서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4.6% 급증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2021년까지 매년 증가했으나 2022년 2.5% 감소한 이후 3년째 감소세다. 음식점업 생산도 2021년과 2022년 반등했으나 2023년 0.7%, 2024년 1.9% 연속 감소했고 감소폭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고, 음식점업 생산은 3.4% 줄어 2023년 4분기(-4.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식품 물가 상승이 이런 추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채소·과일 등 농산물 물가는 2023년 이후 이상기온 영향으로 폭등했다. 최근 농산물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지만, 이번엔 작년 말 고환율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가공식품·외식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4.1% 상승해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 물가도 3.2% 상승해 작년 3월(3.4%)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음식료품 소비 감소는 고물가 영향이 크다"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대체품을 찾는 패턴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경기 침체로 인한 가계 구매력 약화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건설업 생산은 최근 4분기 연속 감소세다. 올해 1분기에는 20.7% 감소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중산층(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여윳돈은 3분기 연속 감소해 5년 만에 7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악화와 고용 불안정으로 저소득층이 필수재 소비지출마저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unshin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