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산은의 HMM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23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정부 합의를 거치는 것을 기다리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이 지분 매각 의지를 내비친 것은 HMM의 주가 향방에 따라 산은의 재무구조가 크게 출렁이기 때문이다. 산은의 HMM 지분 보유 비율은 24일 기준 36.02%다. HMM의 주가 상승으로 이 비율이 올라가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낮아지는 구조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투자금을 포함한 위험 가중 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 당국은 13%를 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두고 있다. 강 회장은 “HMM 주가가 1000원 오르면 BIS 비율이 9bp(0.01%포인트)가량 떨어진다”면서 “주가가 지금보다 5000~6000원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산은의 BIS 비율은 13% 초반까지 낮아진다”고 우려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환율이 널뛰기하면서 산은의 재무 부담이 커진 만큼 HMM 지분을 조기에 정리할 필요성이 크다는 게 강 회장의 판단이다.
강 회장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산은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100% 회수한 유일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산은을 포함한 아시아나 채권단은 2월 그간 지원한 정책자금 1조 3800억 원을 전액 상환 받았다. 지난달 자회사 편입 작업을 마친 KDB생명에 대해서는 “아픈 손가락”이라고 짚었다. 강 회장은 “현재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없는 만큼 밸류업을 한 다음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