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이 자회사 캐롯손해보험 흡수합병을 추진한다. 국내 첫 디지털 손보사였지만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모회사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문효일 캐롯 대표는 지난달 26일 직원들에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한화손보와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유상증자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손보의 한 관계자는 “캐롯의 자본 건전성 정상화를 위해 협의체를 만들어 해결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캐롯은 2019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주도로 설립됐다. 한화손보가 지분 59.6%로 최대주주고 티맵모빌리티(10.7%)와 사모펀드(PE) 운용사 어펄마캐피탈(8.37%), 알토스벤처스(7.2%), 스틱(6.6%) 등이 주요 주주다. 현대자동차(2.5%)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캐롯은 출범 후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760억 원, 지난해 66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캐롯의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56.24%로, 전 분기 대비 33.2%포인트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손보가 킥스 비율이 227%로 지분 약 40%를 되사오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투자자가 반대하는 상황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한화손보의 캐롯 흡수합병이 보험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요 보험사는 총 6곳 정도다. ABL·동양생명은 우리금융지주로 인수될 가능성이 크다. 카디프생명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실사를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청산 우려가 나오는 MG손해보험, 몸값 3조 원 롯데손해보험, 6번의 매각 작업이 진행된 KDB생명 등이 주요 매물이다. 금융 당국이 보험사 자본 건전성을 한층 더 깐깐하게 관리하는 만큼 매각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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