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271560)과의 지난 1년, 정말 만족스럽다. 결혼이라고 하면 행복한 결혼 생활이다. 양사가 약속한 그대로 순항하고 있다. 오리온과 리가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의 전략적 제휴는 한국 바이오텍 발전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박세진(사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양사의 전략적 제휴 모델이 점점 확대되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사장은 리가켐바이오 창업 멤버로 최고운영책임자(CO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1월 15일 리가켐바이오 주식 25.73%를 584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종(異種) 산업간 인수합병(M&A) 발표에 우려를 제기했지만 리가켐바이오는 보란듯이 실적 개선과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2건의 기술 이전 성과를 내면서 오리온의 기대에 부응했다.
리가켐바이오와 오리온의 M&A사례는 기존과 많이 다른 형태로 주목 받고 있다. 바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오리온이 최대 주주로 올라섰지만 리가켐바이오의 연구개발(R&D)와 경영 활동에 전적인 자율권을 보장해주고 있다.
박 사장은 “인수협상 당시부터 제1원칙이 ‘소유하되 경영하지 않는다’였다”며 “처음에는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서로 약속한 그대로 가고 있으니 양사 모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허인철 오리온 그룹 부회장과 월 1회 정례 미팅을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사후 논의를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오리온 이전에도 복수의 제약사를 포함해 4곳과 전략적 제휴 협상을 진행했으나 여러 이유로 중간에 중단된 바 있다”며 “바이오벤처는 연구(Research)를 하고 제약사가 개발(development)을 전담해 글로벌 기술 이전 및 사업화를 하는 전략적 제휴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제약사의 경우 오너 중심 경영체제로 패밀리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리스크와 실패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더라는 지적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은 연구개발(R&D)에 연간 수 백 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다. 그러다보니 매출이 발생해도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리가켐바이오 역시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부동의 국내 1위 업체지만 기술 이전으로 벌어들인 돈을 다시 R&D에 투입하는 일이 반복됐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1259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1500억 원 규모의 공격적인 R&D 투자의 영향으로 아직 영업이익은 209억 원 손실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큰 규모의 R&D 비용을 투자하지만 기존 기술 이전과 신규 기술 이전에서 나올 수익을 통해 영업이익 흑자전환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박 사장은 “위탁생산(CMO)이나 의료기기 업체와 달리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을 매출과 손익의 관점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리가켐바이오 정도 (업력과 기술이) 되면 안정적인 흑자기조도 중요하고 선두두자인 우리가 보여줘야한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내부 목표는 분명히 영업이익 흑자다”라며 “신약개발 회사도 기술이전 만으로 흑자를 내고 배당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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