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7년차 주주입니다. 이번에 처음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했는데 회장님 말씀을 듣고 신뢰와 확신을 갖고 돌아갑니다. 미리 신약 허가에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HLB(028300)가 지난달 31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정기주주총회 겸 주주 간담회에서 한 주주는 마지막 질의를 요청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발언을 듣던 진양곤 HLB 회장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마이크를 잡고 “이런 주주님들 때문에 사실은 (신약 개발을) 그만둘 수가 없다”며 “가슴이…”라고 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HLB는 지난달 2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간암 신약인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HLB가 FDA로부터 이 사안과 관련해 품목허가 보류를 통보받은 것은 지난해 5월에 이어 두 번째였다. 주주들의 실망감으로 이날 HLB그룹 시가총액은 3조 원 넘게 증발했다. 그럼에도 ‘7년차 주주’는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를 확신하고 이른 축하를 건넨 것이다.
진 회장은 “끌어내리기 쉬운 세상에서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지난해에는 정기주총에 자리가 없어 못 들어오신 분들이 허다할 정도였는데 이런 상장사 주총이 있을까, (FDA 허가에) 몇 번이나 좌절했는데 왜 계속 응원하는 주주들이 있을까 생각해봤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비전문가인 제가 전문가들과 함께 독자적으로 항암 신약 개발을 해보겠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연민을 느끼신 분들도, 그냥 주식으로 수익을 내려고 발을 들였다가 빼지 못한 분들도 있다”며 “그 과정에서 오래된 주주가 돼 어찌 보면 저희와 같은 서사를 같이 써내려가신다”고 했다.
진 회장은 “제약업계에서 보면 HLB는 언더독(이길 가능성이 낮은 팀), 속된 말로 ‘듣보잡’이지만 그들이 해내는 걸 보고 싶어 응원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잘 안다”며 “그래서 제가 기어코 그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고, 많은 주주님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말에 마음이 더 아프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HLB그룹 내 모든 회사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이사회 의장인 저에게 있고, 글로벌 항암 신약 성공이 늦어지는 것 또한 제 책임”이라며 “빠르게 수습하고 기어이 성과를 내보이는 것이 책임지는 형태인 만큼 더 분발해 빠르게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HLB는 이날 주총에서 담도암 신약 후보물질 ‘리라푸그라티닙’의 경쟁력 또한 소개했다. 한용해 HLB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리라푸그라티닙이 기존에 허가된 같은 원리의 담도암 치료제 대비 적은 부작용과 높은 약효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한 CTO는 “임상 2상에서 리라푸그라티닙의 객관적반응률(ORR)은 50% 이상, 전체 생존기간(mOS)는 25개월 이상으로 페미가티닙·푸티바티닙보다 모두 우월해 계열 내 최고신약으로서 약효도 입증했다”며 “구체적인 데이터는 올 6월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HLB는 리라푸그라티닙이 품목허가를 받으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HLB에 따르면 FGFR 저해제 글로벌 시장은 지난해 5516억 원에서 2030년 1조 516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가에 성공할 경우 리라푸그라티닙 한 품목으로 수천억 원의 매출을 낼 수 있는 셈이다.
FDA가 리라푸그라티닙을 혁신신약으로 지정했다는 점도 HLB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이미 글로벌 2상을 마친 리라푸그라티닙은 우선 조건부 허가를 받은 뒤 임상 3상을 진행할 수 있다. 심사 기간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된다. 한 CTO는 “연내 신약허가신청(NDA) 절차를 완료해 내년 여름쯤 품목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며 “FGFR2 저해제가 14종 이상의 고형암에 약효를 보이는 만큼 ‘암종 불문 항암제’로도 임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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