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이 첫 임상시험에서 상당한 증상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28일 학계에 따르면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AI(NEJM AI)’에 게재된 논문에서 미국 다트머스대 니컬러스 제이컵슨 교수팀은 생성형 AI 기반 정신질환 치료 챗봇 '테라봇'(Therabot)을 이용해 우울·불안·섭식 장애 환자 1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임상시험 후 환자들이 테라봇을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답했고, 이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AI 기반 치료를 제공하는 게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테라봇은 다트머스대 연구진이 심리학자 및 정신과 의사들과 협력해 2019년부터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의 치료용 챗봇이다. 사용자는 앱을 이용해 테라봇 아바타와 자신의 상태 등에 대해 개방형 텍스트 대화 형식으로 상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이 테라봇에게 "최근 너무 긴장되고 압도되는 기분이 든다"고 말하면 테라봇은 "한걸음 물러서서 왜 그렇게 느끼는지 생각해 봅시다"라고 응답할 수 있다. 또 자살 충동 같은 내용이 감지되면 즉시 연결할 수 있는 자살 예방 핫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첫 임상 시험은 주요 우울 장애(MDD)와 범불안 장애(GAD), 또는 섭식 장애(ED) 진단을 받은 106명을 대상으로 8주간 진행됐다. 이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테라봇과 문자로 자신의 감정에 대한 질문에 답하거나 원하는 대화를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8주 간 테라봇을 사용한 후 참가자들의 증상을 검사한 결과 주요 우울 장애는 증상이 평균 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기분과 전반적 심리 상태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이 이뤄졌다.
범불안 장애는 증상이 평균 31% 줄었고, 이들 중 다수가 중등도 불안에서 경도 불안으로, 경도 불안에서 임상 진단 기준 미만으로 증상이 개선됐다. 섭식 장애의 경우 체형·체중에 대한 걱정이 평균 19% 감소했으며, 이는 테라봇을 사용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감소율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한 정신질환 환자들과 테라봇 사이에 성공적 치료를 위해 필요한 신뢰·협력 관계인 '치료 동맹'이 대면 의료진과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제이콥슨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증상 개선 효과는 기존의 외래 치료에서 보고된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이는 AI 기반 치료 챗봇이 환자들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혜택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치료 챗봇이 정신건강 전문가 대면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AI 챗봇이 대면진료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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