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며 ‘한강벨트’의 핵심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범·한양아파트 등 정비계획 수립을 마치고 시공사 선정 등에 나선 선발주자에 이어 목화·광장·삼부아파트 등도 연내 정비계획을 마칠 예정이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부동산 관망심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도 여의도 일대는 재건축 기대감에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여의도는 양천구 목동·성동구 성수 재건축 단지 등과 더불어 당분간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광장·삼부·삼익·은하·목화아파트 등이 올해 정비계획 수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장은 3~11동과 1·2동이 분리돼 각각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12층 312가구를 최고 49층 426가구로 재건축하는 목화는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정비계획안 통과가 보류돼 재심의를 준비 중이다. 목화는 지적 사안을 보완해 연내 정비계획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광장은 정비계획안의 최고 56층 1391가구 재건축 계획을 최고 49층 1314가구로 변경하고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를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다. 설문조사 결과와 5~6월 실시한 공람 결과를 반영한 정비계획안을 이달 중 관할 영등포구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비계획안은 구청과 협의를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상정 예정이다.
삼부와 삼익, 은하, 광장아파트 1~2동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진행 중이다.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있는 삼부는 6월 총회를 열고 조합을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한 동에서 동의율 기준인 50%를 충족하지 못해 조합 설립이 무산됐다. 이에 진행 중이던 신통기획 자문과 함께 다시 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여의도 12개 재건축 단지 모두 정비계획 결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선발주자 가운데 대교는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대교는 2월 서울시 통합 심의 통과에 이어 5월 사업시행인가를 영등포구청에 신청해 이르면 이달 말 인가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10월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시공사 후보로는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거론된다. 지난해 서울시 통합 심의 통과 후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선정한 한양은 6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다. 시범·공작아파트는 영등포구청·서울시와 서울시 통합 심의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함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정비계획 수립·정비구역 지정이 결정된 진주·수정은 서울시 통합 심의를 준비 중이다.
여의도 지역 12곳의 재건축 단지가 예외 없이 사업이 가시화하면서 선발·후발 주자 구분 없이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시범아파트 전용 면적 79㎡는 지난달 30일 28억 7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달 11일 전용 60㎡는 26억 원, 118㎡는 12일 38억 5000만 원으로 다른 주택형의 신고가 기록도 나왔다. 광장아파트 전용 103㎡는 지난달 9일 32억 원에 손바뀜했다. 삼부아파트 전용 146㎡ 역시 지난달 12일 51억 500만 원에 각각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출 규제 시행 후에도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높은 호가가 유지되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사업 추진이 앞선 단지들의 경우 이미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팔았고 완공 후 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에 호가가 내려가지 않고 있다“며 ”매수자들은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향후 ‘한강벨트’의 핵심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비즈니스의 핵심 지역인데다 한강을 접한 입지인 만큼 반포지구 못지 않은 부촌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통적인 아파트 부촌의 원조인 여의도는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됐지만 최근 속도가 붙고 있다”며 “여의도 구축 단지가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강남에 버금가는 부촌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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