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402340)가 공전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성사하기 위해 자사의 투자 전문가를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한시라도 빨리 합병을 마무리해 독주하는 넷플릭스를 추격해야 하는 토종 OTT의 절박함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웨이브가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헌 SK스퀘어 매니징 디렉터(MD)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K스퀘어의 임원인 이 신임 대표는 SK텔레콤의 전략투자 담당 등을 거친 투자 전략가로 꼽힌다.
이 신임 대표는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빠르게 완수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인수합병(M&A) 및 투자 역량을 활용해 합병을 반대하는 KT(030200)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으로 보인다.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035760)과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1년 넘게 공전하고 있다. 티빙의 지분 13.5%를 보유한 KT의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가 양사 합병에 찬성 입장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측 입장에서는 합병시 CJ ENM과 SK스퀘어에 밀려 소수주주가 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이 대표가 2022년부터 콘텐츠웨이브의 이사로 재직하며 회사의 현안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도 선임 이유로 꼽힌다.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젠파트너스앤컴퍼니, SLL중앙, 네이버, KBS, MBC, SBS 등 양사의 주주들과도 밀착해 협의할 것으로 분석된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이 완료되면 토종 OTT가 탄생해 넷플릭스를 맹추격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마케팅 비용 감축 등 경영 효율화도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더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고 양질의 콘텐츠 수급량도 늘리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티빙은 합병과 북미·아시아 진출을 통해 2027년 1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해놨다.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SK스퀘어 본사에서 열린 제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원만한 주주 간 논의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심사) 승인 절차 완료와 함께 빨리 (합병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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