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시스템 오류로 장중 7분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전 종목 주식 매매 거래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코스피 850개 전 종목의 거래가 ‘먹통’이 된 것은 2005년 한국거래소가 통합 출범한 후 처음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7분부터 11시 44분까지 코스피에 전산 장애가 일어나 주식 매매 거래 체결이 지연됐다. 이로 인해 전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시세 확인과 주문 체결이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주식거래는 동양철관 1개 종목을 제외하고 오전 11시 44분 이후부터 다시 정상화됐다. 거래소는 정오에 동양철관의 매매 거래를 정지했다가 오후 3시부터 재개했다.
거래소는 동양철관 호가 접수 과정에서 전산 장애가 일어나 전체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전산 장애의 원인 및 투자자 불편 사항을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시스템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동양철관 매매 체결 과정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거래소 매매 체결 시스템이 지연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동양철관은 이날 코스피 시장 거래량이 1억 307만 7675주에 달해 삼성전자(2813만 8594주)를 훌쩍 넘어섰다. 동양철관의 거래 대금 규모도 최근 1년간 여섯 번째로 많은 1036억 원이었다. 거래 정지 직전 전일 대비 19.40%(167원) 오른 1028원에 거래됐던 동양철관은 거래 재개 이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복수 거래소 체제로 전환하면서 거래 체결 시스템이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산 시스템은 예민하고 작은 오류에 민감하게 발생한다”면서 “최근 거래소와 대체거래소가 파생상품시장 거래 연장 등 전산 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영향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 가지 종목의 거래 체결 오류만으로 코스피 850개 전 종목의 거래가 ‘올스톱’이 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주식거래가 지연된 피해자들의 피해 규모와 보상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한 7분 동안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서는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다.
증권 업계에서도 장 초반처럼 매수·매도 주문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에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에도 거래소에서 유사한 전산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시스템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2013년 9월 거래소 전산 시스템 오류로 1시간가량 한화손해보험과 이수화학 등 코스피 일부 종목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183개 종목의 주식 매매 거래가 중단·지연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금융 당국도 이번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거래소는 사고 발생 직후 금융위원회에 사고 경위 등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거래소가 자체 조사한 내용을 보고 필요하다면 금융감독원에 전산 장애 사고 검사를 위탁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소의 정확한 현황 파악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