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 계열사의 수소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했다. 수소전기차(FCEV) 개발·생산과 별개로 수소에너지의 생산과 저장·운송 등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총괄 조직을 갖춘 것이다. 탄소 중립을 향한 글로벌 목표가 지속돼 2032년 2800억 달러(약 409조 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최근 장재훈 부회장이 총괄하는 기획조정담당 산하에 에너지수소사업본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에너지수소사업본부는 수소에너지 공급망(밸류체인)을 총괄해 현대제철(004020)(생산), 현대글로비스(086280)(운송) 등 계열사간 협력 및 조정은 물론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주관하는 역할도 맡는다.
신설 수소본부는 전 계열사에 흩어진 수소 사업 관련 20여 개 조직을 진두지휘하게 돼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기획조정본부에 버금가는 위상을 확보하게 됐으며 본부장에는 2021년 현대차에 합류한 푸조시트로앵그룹(PSA) 출신의 켄 라미레즈 부사장이 임명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사업 확대 계획을 공언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에이치투(HTWO)’ 역시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의 알파벳 첫 글자인 H가 들어간 에이치투는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모든 단계에서 고객 요구에 맞춘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사업 구상이다. 장재훈 부회장은 “청정 수소가 모두를 위해 모든 것에 에너지로 쓰이며, 어디에서나 활용 가능하도록 수소 사회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에너지수소사업본부는 글로벌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일본 도요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과 협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는 그린수소, 블루수소 등 생산방식이 다양하고, 저장과 운송, 연료전지 개발·생산에 고도의 기술 수준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한 기업의 역량만으로 투자와 기술 개발이 모두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에너지수소사업본부를 산하에 둔 장 부회장도 지난해부터 글로벌 최고경영자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을 맡아 수소 밸류체인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에너지수소본부 설치로 수소차 생산 및 판매 확대에도 한층 투자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 해 넥쏘 후속모델인 ‘이니시움’을 출시한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개발을 시작한 이후 27년간 축적한 기술이 모두 집약된 야심작이다. 수소차 생산과 판매가 늘면 수소사업 밸류 체인도 확장하면서 상호 시너지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에너지·자동차 업계에선 글로벌 탄소 중립 목표가 후퇴할 가능성은 적고, 국내 정치적 변수도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수소산업에서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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