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이 가게배달 업주를 위한 정액제 주문중개 상품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품 개편으로 업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뛰면서 음식 가격 및 최소주문금액 인상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물가가 전방위로 상승하는 가운데 배민의 상품 개편이 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이 4월부터 단계별로 ‘울트라콜’을 폐지하기로 한 데 따라 치킨, 햄버거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점주들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배달기사(라이더)를 고용하거나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가게배달 비중이 많은 프랜차이즈일수록 고민이 크다. 그동안 울트라콜을 통해 배달 매출을 늘려온 만큼 이번 상품 개편에 따른 영향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울트라콜이란 배민이 사업 초기부터 운영해온 상품으로, 배민을 통해 주문을 받아 개별 배달인력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점주를 대상으로 한다. 월 8만 원만 내면 깃발 1개를 꽂아 원하는 지역에 가게를 노출시켜주는 정액제 상품이다. 정액제라 부담이 적은 반면 깃발을 여러 개 구입해야 앱에서의 노출을 늘릴 수 있어 과다경쟁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문제는 배민이 4월부터 이 상품을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폐지하기로 밝히면서 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울트라콜을 쓰던 점주들이 기존 가게배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앞으로는 주문 건당 6.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오픈리스트’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가게배달 대신 배민에서 배달까지 중개하는 방식(자체배달)으로 전환하면 수수료는 상생 협의에 따라 2~7.8%로 차등 적용된다. 배달 방식에 상관없이 모두 정률제로 운영되다 보니 정액제인 울트라콜을 쓰던 점주들이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많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음식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점주는 “울트라콜 깃발만 꽂아서 겨우 배달 장사하고 있는데 울트라콜이 폐지되면 앞으로 배달을 접어야 하나, 음식값을 올려야 하나 고민된다”고 했다. 지방에서 횟집을 운영한다고 소개한 점주는 “지방이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울트라콜을 통해 주문의 90%를 배달로 운영했다”며 “주문 건당 수수료로 바뀌면 백만 원대 비용을 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가맹점주가 음식 가격을 올릴 권한이 없는 프랜차이즈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측은 “배달 비중이 높은 점주들은 배민의 요금제 개편에 맞춰 메뉴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지만 배달 비중이 적은 점주들은 매출에 영향이 있어 가격 인상을 꺼리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내에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배민의 이번 개편이 사실상 가게배달에서 자체배달로의 전환을 유인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체배달만 운영하는 쿠팡이츠는 1월 월간활성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울트라콜 폐지로 모든 프랜차이즈 점주의 부담이 커지는 건 아니”라며 “최대한 형평성을 맞춘 방안을 찾다 보니 이같은 결과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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